[스크랩] 죽시-김삿갓

2012. 4. 4. 17:06나의 이야기

 

 

           竹詩 죽시

 

                                                                         김삿갓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ㅣ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풍타지죽랑타죽l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반반죽죽생차죽l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是是非非付彼竹시시비비부피죽l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l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l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만사불여오심죽l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l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참고)

이 詩는 各行이 한자의 「竹」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 단어의 「竹」대신 「대」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한글의 「대」는 「
하는 대로」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
그렇지 않으면 이 詩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대」로,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부쳐 두게.
손님의 접대에는 집안형편「대」로 하고
장거리의 팔고 사는 건 시세「대」로 하렸지,
만사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을 그런「대」로 지나가세.)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 이 차, 竹 대나무 죽 : 이대로
彼 저 피, 竹 : 저대로
化 화할 화(되다), 去 갈 거, 竹 : 되어 가는 대로
風 바람 풍, 打 칠 타, 竹 : 바람치는 대로
浪 물결 랑, 打 竹 : 물결치는 대로

김삿갓 詩集에서


출처 : 한국 서예 포럼
글쓴이 : 전선수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