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5. 23:21ㆍ문자재미
3. 《설문해자》는 어떻게 글자를 풀이하고 있는가
《설문해자》에는 모두 9,353자를 싣고 있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 수록된 47,035자보다는 3~4배가 적다고 한다. 그중에 많은 글자는 벽자(僻字: 흔히 잘 안쓰는 드문 글자)요, 일상에 쓰이는 글자는 실제로 3~4천 개 정도 뿐이며, 사서삼경(四書三經)에 쓰인 글자는 합해서 4,466개일 뿐이라고 한다.(허세욱 편역, 《한문통론(漢文通論)》,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86년 3판, 128쪽 참조)
우리는 "사서삼경" 하면 옛날 왕조시대의 과거시험 과목만을 연상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사삼경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김용옥 선생께서 어느 텔레비죤 강좌에 출연하여 그 분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 점을 강조하시던 것이 귓가에 쟁쟁하다. 중국에서는 《십삼경(十三經)》이 있다. 모두 65만 자쯤 된다고 한다. 상용자 4,500여 자를 가지고 그 복잡한 사상 · 감정을 다 표현해 냈다. 서로 통용하거나(通字) 가차할 수 있는 글자(假字)도 있다. 이를 합칭하여 통가자(通假字)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우리가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찾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고대사를 공부하다가 패수(浿水)가 누방현에서 나와 동쪽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설문해자》에 나온다고 하면, 우리는 과연 그런가 궁금하여 찾아 보려고 할 것이다. 어떤 글에 옛사람의 전적(典籍)이나 전고(典故)를 말하면서 거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하면 글에 권위도 있어 보이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강한 설득력을 주게 된다. 글을 쓴 사람은 자기의 유식을 은근히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고전을 들이대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라 모든 강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들어간다. 물론 예외가 있어 두만강이라든가 일부 동해안 쪽에 있는 강들은 일부 동쪽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거개가 서 · 남으로 흐르고 있다. 《설문해자》란 책에 패수(浿水)가 동쪽으로 흘러든다고 했다면 우리나라의 강의 흐름과 모순이 되고, 따라서 그 패수는 우리나라에 있는 강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설문해자》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게 되고 그런 이유로 찾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설문해자》란 책을 대하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다음에 장순휘(張舜徽)란 분이 쓴 《설문해자도독(說文解字導讀)》이란 책자에서 필요한 부분을 간단히 정리하여 소개한다. 도독(導讀)이란 우리에게 생소한 말이지만 대충 독서지도란 의미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란 책자를 보면 매개의 단문 맨 처음에는 위 쪽에 소전(小篆)이 하나 써 있고, 그 아래에 예서(隸書)로 해설을 하고 있다. 나중에 예서(隸書)는 해서(楷書)로 되었으며, 지금 통용되는 판본으로 되었다. 고문(古文) · 주문(籀文: 한자의 서체의 일종인 '大篆'을 말함)의 형상은 전자로 쓴 글자(篆文)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문으로 해석을 하고 그 아래에 고주(古籀)를 나열하여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혹체(或體: 이체자)를 겸유하고 있을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본문 해설의 아래에 똑 같이 나열했다.
해설하는 내용은 먼저 자의(字義)를 설명하고, 다음에 자체(字體)의 짜임새를 밝혔다. 무릇 상형(象形) · 지사자(指事字)는 바로 직접 나타냈다. 무릇 회의자(會意字)는 "從某從某(아무 글자, 아무 글자로부터 땄다는 뜻임)"라고 한다거나 혹은 "從某某(아무아무 글자로부터 땄다)"라고 하였다. 무릇 형성자(形聲字)는 "從某 · 某聲(아무 자에서 뜻을, 아무 자에서 소리를 땄다라는 뜻임)"이라고 하며, 회의(會義)와 겸성자(兼聲字)일 경우에는 "從某從某, 某亦聲"이라고 하였다.
한대에는 반절(反切)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해설하는 중에 독음(讀音)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讀若某(아무 글자와 같이 읽는다)" 혹은 "讀與某同(아무 글자와 똑같이 읽는다)"이라고 하였다. 지금 나온 책에서는 전(篆)으로 설명할 때마다 그 아래에 반절(反切)이 있다. 또 대만에서 나온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는 주음자모(注音子母)로 발음을 표시하고 있다.(장순휘, 《설문해자도독(說文解字導讀)》, 파촉서사, 30쪽 참조)
소전(小篆)이란 진(秦)의 이사(李斯)가 만들었다는 서체로 대전(大篆)을 간략하게 변형하여 만든 것이요, 주문(籀文)은 바로 위에서 설명한 대전(大篆)을 말한다.
위에 나온 상형(象形) · 지사(指事) · 회의(會義) · 형성자(形聲字)는 전주(轉注) · 가차자(假借字)와 더불어 육서(六書)라고 하는 것이다. 그 의미는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다시 설명을 하지 않겠다.
대만에서 나온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소개한 자료에 의하면 어떤 글자 바로 위에는 붉은 글자로 써 있는 것이 옛날 전자(篆字)이다. 그 바로 밑에 있는 것이 원래 허신(許愼)이 해설한 것이요, 그 밑에 조그마한 글자(小字)로 풀이한 것이 청나라의 단옥재(段玉裁)가 주석을 한 것이다.
《설문해자》를 더욱 깊이 연구하려고 하면 건륭 55년 진사 출신인 청나라 계복(桂馥)이 지은 《설문해자의증(說文解字義證)》이란 책이 중화서국에서 상 · 하권으로 펴냈는데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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