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공자가 「위정편 4장」에 담아놓은 『주역』의 數의 이치

2012. 3. 23. 15:05한문상식

공자의 경세제민(經世濟民)사상과 周易

 

首經(帝王學)인『주역』은 유교정치철학 사상의 宗主

 

공자는 말년에 위편삼절(韋篇三絶 : 『역경』 책을 엮은 가죽끈이 3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보았다는 뜻) 끝에 십익전(十翼傳)을 저술하여 『주역』을 완성하였다. 이후『주역』은 유교의 경세제민 사상의 토대로서 유학 경전중에서도 首經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점으로 살펴보아 위정편 제4장의 문장에 나오는 數는 단순히 나이를 나타내는 數가 아니다. 즉 다시 말해 『주역』수리(數理)에 담긴 經世濟民(경세제민)의 정치철학 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道家나 佛家와는 달리 經世濟民(경세제민)을 통해 대동(大同)사회라는 이상사회를 지향하는 정치철학 사상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위정편 4장의 문장은 『주역』과 『서경』의 홍범(洪範)에 근거하고 있다. 참고로 『서경』의 홍범(洪範)은 우(禹)가 임금이 되기 전에 요임금의 명을 받아 9년 홍수를 다스릴 때 상제(上帝, 檀君으로 알려짐)로부터 받은 글로, 오행의 이론에 의거해 경세제민의 방책을 담아놓은 최고의 통치철학을 담은 글이다.

 

은(殷)나라 말기에 멸실될 위기에 놓여 있던 것을 箕子가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에 전하고, 이를 공자가 『서경』에 기록해두어 오늘날까지 전하는 글이다.

 

위정편 4장의 문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문장구성이,

 

①吾十有五而志于學

②三十而立

③四十而不惑

④五十而知天命

⑤六十而耳順

⑥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의 여섯 단계로 나누어졌는데, 이는 『주역』의 괘(卦)의 완성을 이루는 6개의 효와 같은 단계이다.

 

그리고 단계별로 나오는 숫자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주역』과 『서경』의 홍범에 의거해서 살펴보면,

 

1) 첫 번째가 ‘十有五而志于學’이다.

 

 

 

 

(皇極)

 

 

[그림 1]  洛書九宮數

 

‘十’은 『주역』의 토대가 된 하도(河圖)의 수인 1~10까지의 수를 말하며 또한 천지만물과 東西南北과 四方八方上下 즉 시방(十方)을 두루 포괄하는 완성의 數이자 큰 수로 나아가기 위한 바탕數이다. 이를 바탕으로 大同의 후천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나온 이론이 낙서구궁수리(洛書九宮數理, 그림1)이다.

 

[그림1]은 『서경』홍범(洪範)편의 오행이론을 나타낸 것으로, 가운데 五는 홍범(洪範) 구주(九疇)에서 다섯번째 황극(皇極)의 數로써 상하좌우를 두루 회통(會通)하여 다스리는 중심(임금)의 자리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공자가 十有五라고 말한 것은 ‘낙서구궁수리(洛書九宮數理)’에 담긴 오용십작(五用十作)의 ‘十五’를 뜻한다. 五用十作이란 가운데 수인 五를 중심으로 좌우와 상하, 대각선의 수를 합하면 10이 되고 세 수 모두를 합하면 十五가 되는 이치로 많은 것을 덜어 적은 곳으로 보태주어 고르게 한다는 損益(손익)의 이치를 담고 있다.

 

 

[그림2] 井田圖의 卍往卍來(萬往萬來)의 이치

공자가『주역』 15번째괘인 지산겸(地山謙, )괘에서 말한 “裒多益寡(부다익과 : 많은 것을 덜어 적은 곳에 보태고) 稱物平施(칭물평시 : 물건을 저울질하여 골고루 베푼다)”와 같은 의미이다.

 

五用十作의 원리를 담고 있는 [그림2]는 국가운영의 중심제도였던 정전법(井田法)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마을 가운데의 땅에 열(十) 길을 파서 만든 공동우물(井)의 모습으로서 四通八達하여 卍往卍來(만왕만래)하는 대동사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吾十有五而志于學’은 공자가 오용십작(五用十作)하는 홍범의 정치대법에서 후천의 대동사회를 실현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는 뜻이다.

 

 

2) 두 번째는 三十而立이다.

 

30의 이치로 세웠다는 뜻이다. 15에서 30으로 뛰었다. 중간에 20이라는 나이는 弱冠(약관)으로 비로소 成人으로서 대접받을 나이인데 공자는 왜 20의 나이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이 점으로 보아도 위정편 제4장에 나오는 숫자는 나이를 거론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5에서 30으로 넘어간 것은 단순히 15년 동안을 열심히 공부하여 벼슬길에 오르라는 學優登仕(학우등사)의 내용이 아니다. 『예기』에서는 오히려 나이 40에 벼슬한다는 强仕를 말하고 있다. 三十而立은 바로 五用十作(15)인 하도와 낙서의 이치를 깨달아야 선천의 시대에서 후천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30은 선천시대의 이치를 다룬 『주역』상경 괘의 수인 30을 뜻하기도 한다.

 

이에 공자는 상경의 마지막괘인 30번째 重火離(중화리 : )괘에서 후천시대를 대비하여 “乃化成天下하나니(천하를 화하여 이루니) 大人이 以하여 繼明하여 照于四方하나니라(대인이 이로써 밝은 것을 이어서 사방을 비추느니라)”고 하였다.

 

즉 ‘三十而立’은 ‘30의 이치(주역의 상경 : 선천시대로 앞서간 역사의 자취)를 깨달은 대인이라야 세상을 밝게 다스려서 다가오는 미래인 후천시대를 대비하여 바로 설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3) 세 번째는 四十而不惑이다.

 

‘40으로 미혹됨이 없다’는 뜻인데 낙서구궁수리의 그림에서 가운데 五는 『서경』 홍범에서 建用皇極(황극으로써 세움)으로 大同中正하고 至公無私한 임금의 자리를 뜻한다.『논어』 위정편 제1장의 ‘北辰’과 같은 개념이다.

 

가운데 五가 황극(유극)으로써 바로 서면 주변의 40(낙서구궁수인 1부터 9까지의 합이 45이고, 가운데 5를 빼면 주변의 수는 40이 됨)이 되는 3 8 4 9 2 7 1 6의 자리에 선 백성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경세제민의 의미가 담겨 있다.  즉 ‘四十而不惑’은 ‘五의 황극이 바로 서서 井田의 이치로 公平하게 다스려야 서로간에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다.

 

좀더 살펴보면 五의 황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중용』에서 말하는 恕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그림2]와 같이 '우물 井'자의 가운데 한 구멍을 열 길 물을 파서 사통팔달하게 만들면 네 구멍이 만들어지는 것이 四十의 개념이다. 이렇게 하면 四通八達하여 마침내 均濟方正를 이뤄 五德(水火木金土의 덕)이 갖춰지게 되어 대동중정한 정사를 펴는데 조금도 의혹됨이 없게 된다.


(恕 = 如 +心 으로  한 원의 중심에서 나가는 반지름이 어느 곳이든 똑같듯 내 마음의 中心인 忠을 세운 뒤, 내 마음에 비춰 백성들의 마음을 똑같이 헤아려 베풀 줄 알아야 백성들 또한 한가운데인 태극을 중심으로 北辰共之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편 40은 『주역』의 괘순으로 40번째 괘인 雷水解(뇌수해, )괘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공자는 解괘에서 “천지가 풀림에 우레와 비가 일어나고, 우레와 비가 일어남에 백과초목이 모두 다 열려 나오니 해의 때가 크도다(天地解而雷雨作하고 雷雨作而百果草木이 皆甲坼하나니 解之時 大矣哉 라)”라고 하였다.

 

 

4) 네 번째는 五十而知天命이다.

 

‘50의 이치를 깨달았기에 천명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50은『주역』에서 말하는 大衍(크게 펼치다)의 數로, 공자가 계사전을 통해 거론한 數이다.

 

“크게 펼치는 수가 오십이니, 그 씀은 사십구라. 나누어 둘로 하여 양의(兩儀 : 음양)를 형상하고, 하나를 걸어서 삼재(三才 : 天.地.人)를 형상하고, 넷으로 셈으로써 사시(四時 : 사계절)를 형상하고, 나머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움으로써 윤달을 형상하니 오 년에 두 번 윤달이라. 그러므로 끼운 후에 괘를 짓느니라(大衍之數 五十이니 其用은 四十有九ㅣ라 分而爲二하여 以象兩하고 掛一하여 以象三하고 揲之以四하여 以象四時하고 歸奇於扐하야 以象閏하나니 五歲에 再閏이라 故로 再扐而後에 掛하나니라)”고 하였다.

 

공자가 점(占)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으로, 하늘에서 낮과 밤, 곧 음양이 생겨나 사계절을 이루는데 태양의 공전주기와 달의 공전주기가 다르므로 5년에 두 번 윤달을 둔다는 이치에 따라, 댓가지 50개를 가지고 점을 치는 설시법(揲蓍法)을 다룬 내용이다.

 

五十이라는 수는 하도(1~10까지의 합인 55)와 낙서(1~9까지의 합인 45)를 합한 100의 중간수이기도 하지만, 하도에서 넘치는 5를 덜어내 낙서에 더하면 50과 50으로 서로 같아지므로 損益을 통해 裒多益寡(부다익과) 稱物平施(칭물평시)하는 五用十作의 원리에 따른 수이다.

 

또한 50은 『書經』홍범편에 나오는 구주(九疇)의 이치를 깨우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교에서 경세제민의 통치철학으로 삼았던 홍범 구주(九疇)는 모두 9개의 범주로 총 51개의 각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五行의 5가지, 五事의 5가지, 八政의 8가지, 五紀의 5가지, 가장 중심이 되는 皇極 하나, 그리고 三德의 3가지, 稽疑(계의) 7가지, 庶徵(서징)의 6가지, 마지막 9번째의 五福六極 11가지이다.

 

그런데 예로부터 체(體)가 되는 수는 '皇極不語數' 또는 '體不用'이라고 하여 셈에 넣지 않거나 쓰지 않았다. 임금이 참석하는 행사를 그림으로 나타낼 때 그림에 임금의 모습은 그려 넣지 않고 임금 자리인 빈 龍床만 그려 넣는 것이 그러한 이치이다. 이에 홍범 구주 역시 황극을 빼놓으면 통치철학의 방책의 수가 50개이므로 50은 『주역』의 대연수로서 오용십작과 더불어 홍범구주의 방책수인 50을 뜻한다고 본다.

 

따라서 ‘五十而知天命’은 『주역』의 음양이치와 『서경』홍범의 오행의 이치로서 天命을 안다는 뜻이다.

 

 

5) 다섯 번째 六十而耳順이다.

 

천간(天干, 十干)과 지지(地支, 十二支)를 배합한 첫 번째 甲子에서부터 마지막 癸亥까지 한 바퀴를 다 돌면 60甲子가 된다. 이에 유교문화권에서는 六十으로 한 節이자 한 回를 나타내고 아울러 날짜를 세는 기준으로 삼았

 

다. 그리고『주역』의 60번째 괘는 水澤節(수택절, )괘이다.

 

‘節’은 대나무의 마디를 뜻하는데 이에 ‘節’에는 대나무 마디가 그쳤다가(止) 다시 나아가(行)는 즉 ‘時止時行(그칠 때 그치고, 나아갈 때 나아감)’하듯이 절도를 맞추는 中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대나무는 마디가 모여서(會) 이어지되 속으로는 한길로 통하는(通) 데서 '節'에는 주역 계사상전 8장의 '觀其會通(관기회통)'하는 이치가 담겨 있다.

 

이에 공자는『주역』 60번째 괘인 節괘에서 “천지가 절도 있음에 사계절이 이루어지나니 節로써 책력과 법도를 지어서 재물을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아니하니라(天地節而四時成하나니 節以制度하야 不傷財하며 不害民하나니라)”며, “군자가 이로써 책력과 법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하니라(君子 以하야 制數度하며 議德行하나니라)”고 하였다.

 

즉 ‘六十而耳順’은 처음 15라는 五用十作의 원리를 담고 있는 하도와 낙서구궁수리의 이치를 연구하기 시작하여, 30으로 선천의 이치를 모두 깨달아 바로 세우고, 建用皇極하는 가운데 40으로 미혹됨이 없고, 대연의 수 50으로 천명을 알아, 60의 節度를 통하였다는 뜻이다.

 

즉 60의 이치에 의거해서 후천시대에 맞는 책력은 물론 제도와 법도를 지어(節以制度, 制數度) 대동사회(不傷財不害民, 議德行)를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6) 끝으로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이다.

 

 

11월

(子月, 復月)

12월

(丑月, 臨月)

정월

(寅月, 泰月)

2월

(卯月,大壯月)

3월

(辰月, 夬月)

4월

(巳月, 乾月)

 

 

 

 

 

 

 

5월

(午月, 姤月)

6월

(未月, 遯月)

7월

(申月, 否月)

8월

(酉月, 觀月)

9월

(戌月, 剝月)

10월

(亥月, 坤月)

 

 

 

 

 

 

 

 

七十은 五十이 대연(大衍 : 크게 펼치는)의 數이듯이 七과 十이 대연해서 이루어진 數로 볼 수 있다. 즉 七에는 주역의 여섯 개의 효가 끝나면 7번째에 다시 시작한다는 '七日來復'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때에는 다시 陽이 처음으로 회복한다고 하여 주역 24번째인 地雷復(지뢰복 : )괘에서는 “그 道를 반복하여 칠 일만에 와서 회복한다(反復其道하여 七日來復하니)”라고 하였다. 이것을 1년 12달의 개념으로 표현하면 [그림3]과 같다.

 

七日來復에는 [그림3]과 같이 日月의 운행에 따른 세월의 음기운과 양기운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陰陽消長(음양소장)의 이치가 담겨있다. 이런 12달을 좀더 세밀히 나눈 것이 24절기(節氣)이며 72후(候)이다. 따라서 70이란 표현 속에서 72후를 큰 수만을 들어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양이 다하여 음으로 가는 데는(음력 11월에서 5월이 되기까지) 7번째 달이 되어야 하고, 음이 다하여 다시 양으로 돌아가는 데는(음력 5월에서 11월이 되기까지) 다시 7번째 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七日來復의 이치를 두루 크게 펼쳐(十) 먼 후세에 이르더라도 중심(心=北辰=皇極)을 따랐기에 조금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뜻이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에 담긴 의미이다. 다시말해, 다섯(五) 단계(15 → 30 → 40 → 50 → 60)를 거쳐 마침내 절도로써 딱 맞춘 도수(제도, 역수 등)를 미세한 곳까지를 다 마쳐놓았으니 十으로 두루 펼쳐서 다시 써 보아도 법도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공자가 위정편 4장에는 『주역』의 음양이치와 『서경』 홍범의 오행이치에 의거해서 '유교 정치철학 사상과 유교가 추구하는 이상사회'를 담아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후세에 세상이 바뀔 때에 대비하여 『주역』의 상수리(象數理)의 이치를 잘 연구하여 실천해 나가면 후천시대에 대과(大過)없이 대동(大同)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 : hoada
글쓴이 : 해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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