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3. 14:30ㆍ世說新語
‘구름이 올라가 비가 되는 것[雲騰致雨]’이 생명을 나고 자라게 것이라면,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되는 것[露結爲霜]’은 생명을 거두는 자연현상이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天地不仁]’는 노자(老子)의 말처럼 자연은 자신의 법칙대로 그저 흘러갈 뿐 특정한 어느 누구만 선택적으로 편애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露(이슬 로)는 자연현상의 하나인 비[雨]라는 뜻과 발음을 결정한 路(길 로)가 합쳐진 글자다. 공기 중 퍼져 있는 작은 물방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급격한 기온의 변화로 물알갱이들이 뭉쳐져 형체를 드러낸다. 그래서 노출(露出)의 경우에서처럼 ‘드러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간혹 ‘노숙’을 ‘길에서 자다[路宿]’는 의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노숙은 ‘이슬을 맞으며 자다[露宿]’는 의미다.
結(맺을 결)은 실[糸]로 매듭을 ‘묶다’는 의미와 발음을 결정한 吉(길할 길)이 합쳐진 글자다. 맺힌 이슬방울이 마치 실을 묶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爲(될 위)는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하여 상상하기 어렵지만 코끼리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다. 코끼리를 훈련시켜 사람들을 ‘위해’ 일을 시키거나 어떠한 일이 ‘되게’하는 동물인데서 오늘날의 뜻을 가졌다.
霜(서리 상)은 자연현상의 하나인 비[雨]라는 뜻과 발음을 결정한 相(서로 상)이 합쳐진 글자다. 이슬과 서리는 매우 비슷하지만 이슬은 물체의 표면에 응결하여 생기는 물방울을 이르고, 서리는 물체의 표면에 얼어붙어 생기는 작은 얼음 결정체를 말한다. 그래서 24절기에서도 한로(寒露)가 지나야 상강(霜降)이 온다.
앞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운등치우(雲騰致雨)’와 ‘노결위상(露結爲霜)’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의미한다. 인간 역시 이러한 순환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