宇宙洪荒

2019. 4. 10. 10:06世說新語

우주를 인식하는 관념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각기 달랐는데, 한자문화권에서는 우주를 ‘태청(太淸)’, ‘태허(太虛)’, ‘육합(六合)’ 등으로도 불렀다. 일반적으로 우주라는 공간에 국한되었다면 중국 북송의 장재(張載)는, 만물은 태허에서 나서 태허로 돌아간다고 하여 끝없는 시간과 공간의 합일체로 인식한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이보다 앞선 시대에 지어진 유안(劉安)의 《회남자》에 이미 개념화 하고 있다.


우(宇)와 주(宙)는 모두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회남자》에는 위와 아래, 사방의 공간적 개념을 ‘우’라 하고, 지난 시간과 다가올 미래의 시간적 개념을 ‘주’라고 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조선에도 이어졌다.


창덕궁 후궁에 있는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 열람실을 ‘주합루(宙合樓)’라고 한다. 이는 시공간을 이르는 우주(宇宙)에서 ‘주(宙)’를, 천지와 사방을 이르는 육합(六合)에서 ‘합(合)’을 가져온 이름으로 《관자》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날 단순히 책을 보관한다는 의미 외에 생각할 수없는 ‘도서관’이라는 명칭에 비해 훨씬 더 폭넓은 의미를 가졌다.


홍(洪)은 많은 물[氵]이 한데[共]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가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이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처럼 아득한 공간을 의미한다. 황(荒)은 들판에 풀[艸]이 정리되지 않은 채 펼쳐져 있는 상태에서, ‘거칠다’, ‘황량하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앞서 게재한 천지현황(天地玄黃)이 ‘하늘은 아득하고[天玄], 땅은 누렇다[地黃]’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홍황(宇宙洪荒) 역시 ‘공간은 아득히 넓고[宇洪], 흐르는 시간은 거칠다[宙荒]’로 해석된다.

 

한 순간도 멈춤이 없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거친 시련과 아픔을 준다. 인간의 삶 역시 생로병사의 생(生)으로 시작하여 누구에게나 피할 수없는 죽음[死]으로 마무리되니 황량하고 거친 것이 시간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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