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anini, Violin Concerto No.1 in D major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Niccolò Paganini
1782-1840
Nemanja Radulović, violin
Walter Weller, conductor
RTVE Symphony Orchestra
Madrid, 2010.10
Nemanja Radulović/Walter Weller/RTVE SO - Paganini, Violin Concerto No.1
네마냐 라둘로비치(1985~ )는 세르비아 출신으로 예후디 메뉴인, 살바토레 아카르도, 요수아 엡스타인 등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가장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고 있습니다.
1840년 5월 27일 오후 5시 20분, 파가니니가 니스에서 사망했다. 쉰여덟 살의 나이였는데, 죽기 몇 년 전에도 이미 많은 조짐들이 보였었다. 아무튼 그의 때 이른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가니니의 유산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테크닉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이었다. 만약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리스트가 그의 연주를 듣고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바를 비로소 이해한 것처럼 수많은 음악가들에게 파가니니는 영감을 던져주었다. 심지어 슈베르트처럼 파가니니와 멀어 보이는 작곡가까지 파가니니의 연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극한의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최고의 테크니션
도대체 파가니니의 무엇에 그들이 그토록 진하게 감동받았던 것일까.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이 도달할 수 있는 테크닉의 극한을 보여줬다. 그때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효과들을 바이올린을 통해서 보여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대중의 호기심은 매우 강력했고, 어떤 관객은 파가니니에게 직접 그의 바이올린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파가니니가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겼고 그 대가로 마술 같은 바이올린 솜씨를 갖추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등장했으며, 지극히 매혹적인 음색의 네 번째 현(G선)의 비밀은 파가니니가 목을 졸라 살해한 애인의 창자였다는 소문도 돌았다. 감옥에 갇혀 있던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이에 감동한 간수가 자신도 모르게 감옥문을 열어줘서 파가니니의 탈옥을 도와줬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많은 사람이 믿을 정도였다. ▶19세기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 파가니니의 현란한 연주회는 언제나 성황을 이루었다.
1820년의 베를린 콘서트에서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었던 아돌프 막스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바이올린이 홀로 울려 퍼지며 마치 달콤한 사랑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절망에 휩싸여 탄식했다. 마치 웃음과 눈물, 호통과 위로, 사랑의 맹세와 배반의 모욕이 뒤죽박죽 뒤섞인 황망한 노파를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이건 바이올린 연주가 아니었다. 음악이 아니라 마술이었다.” 카를 폰 홀타이는 “파가니니는 사람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대고 흐느꼈다. 듣는 이의 가슴과 영혼을 자신의 고통으로 휘감았다. 하나의 현만으로도 모든 이들을 함께 울게 만들었다.”고 묘사했다.
파가니니는 연주회 개런티를 다른 사람들의 곱절 이상으로 받았으나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치게 증오하는 사람들로 양분되었고, 그들 모두가 파가니니의 자장 안에 있었다. 그로 인해 파가니니가 연주한 악기인 ‘과르네리’도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요컨대 파가니니의 등장으로 음악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이다.
Massimo Quarta plays and conducts Paganini's Violin Concerto No.1
Massimo Quarta, soloist and conductor
Genoa Teatro del Carlo Felice Orchestra
2000
추천음반
우선 유진 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지노 프란체스카티(Sony)를 언급해야겠다. 이 녹음은 수십 년 동안 레퍼런스가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음반으로 프란체스카티의 테크닉이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대단히 훌륭한 연주이다. 음색의 호소력이란 측면에서 프란체스카티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독보적이다. 마이클 래빈(EMI)이 유진 구센스/필하모니아와 협연한 연주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연주인데, 동시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리던 래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살바토레 아카르도(DG)가 샤를 뒤투아/런던 필과 협연한 음반은 1970년대에 등장한 그 즉시 파가니니 협주곡 1번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현대적인 테크닉으로 무장한 아카르도는 마치 저격수처럼 정밀하게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 이 음반으로 아카르도는 ‘파가니니의 재래’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최상급의 파가니니 음반이다. 마시모 콰르타(Dynamic)가 카를로 펠리체 디 제노바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앨범은 파가니니가 원래 지정한 Eb장조로 연주한 보기 드문 앨범이다(대부분의 앨범들은 D장조로 연주한다). 파가니니가 생각한 협주곡의 원형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음반으로 콰르타는 이 앨범으로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되었다.
글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