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경

2013. 2. 5. 14:55조은사진

 

 

上藥三品 神與氣精

최상의 약 세 가지 품질은 신과 기와 정이다.


恍恍惚惚 杳杳冥冥

황황하고 홀홀하고 묘묘하고 명명하다.


[해설] 노자 도덕경 제21장에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杳兮冥兮 其中有精”에서 나오는 말과 같다. 황황홀홀은 눈이 부셔, 있기는 있으나 걷잡을 수 없는 휘황찬란한 공간적인 모습이고, 묘묘명명은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 없는 아득한 시간적인 모습이다. 만물이 나기 이전의 태극을 묘사한 것으로 도덕경 제14장에 나오는 視之不見 聽之不聞 搏之不得과 같은 내용이다.


存無守有 頃刻而成

없는 것을 존하게 하고 있는 것을 지킴은 잠깐 동안에 이루어짐이라.


回風混合 百日功靈

바람을 돌려 섞어 합하여 (이룬) 백일의 공은 신령스럽다.


[해설]주역 重風巽괘 대상전에 “君子ㅣ 以하야 申命行事하나니라”하였듯이 하늘은 바람을 통해서 명령을 내린다. 한번 불고 마는 것이 아니라 自彊不息하면서 끝까지 하는 것이 신명행사이며 그렇게 이룬 공이므로 신령스럽다. 巽괘는 주역 57번째 괘인데 간지상으로 57번째가 庚申이며 이는 金氣이다. 고쳐서 편다는 뜻이 들어 있다. 계속 부는 바람은 세상을 바꾸고 공을 이룬다. 홍범구주에서 볼 수 있듯이 때맞춰 부는 바람(時風)은 성인의 공덕이다. 천지의 공덕을 더불어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성인으로 자강불식하면서 공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 백일이라 하면 한 계절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가운데 土의 자리는 바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태극의 자리로 四季를 중재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土生金의 이치(風과 庚申의 관계)로 삼복더위에 엎드려 있다가 가을 기운을 지고 나오는 金은 바로 기운이 단단히 뭉친 것으로 인체에서는 丹田에 모여진다.


黙朝上帝 一紀飛昇

묵묵히 상제를 조회하는데 12년만에 날아오른다.


[해설]一紀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地支이므로 12년이 원칙이나 정성을 다하면 12개월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1차는 ‘存無守有’ 제2차는 ‘回風混合’ 제3차는 ‘黙朝上帝’의 경지에 오른다. 그것은 목성이 12년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地雷復의 天地之心을 회복하여 진실무망한 하늘의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옛날에 천자는 12년마다 한번씩 하늘과 땅에 제사지내는 봉선의식을 거행했다.


知者易悟 昧者難行

아는 자는 쉽게 깨닫지만 어두운 자는 행하기 어렵다.


履踐天光 呼吸育淸

하늘의 빛을 밟고 밟아 호흡하여 맑은 기운을 길러야 한다.


出玄入牝 若亡若存

현으로 나가고 빈으로 들어오기를 없는 것도 같고 있는 것도 같이하여야 한다.


[해설]도덕경 제6장에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에서 볼 수 있듯이, 玄은 상단전을, 牝은 하단전을 가리킨다.


綿綿不節 固蒂深根

면면히 이어지도록 하면 꼭지가 굳어지고 뿌리가 깊어진다.


[해설]도덕경 제59장에 “可以長久 是謂深根固蒂 長生久視之道”에 보이듯이 뿌리가 깊숙하면 자연히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는 것과같이 공부도 근본공부를 해야 한다. 오장육부가 튼튼해지려면 앞서 나온 呼吸育淸을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入水不溺 入火不焚

물에 들어가고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


人各有精 精合其神

사람이 각각 정이 있는데 정은 그 신과 합한다.


神合其氣 氣合體眞

신은 그 기와 합하고 기는 체와 합하는데 진기라야 한다.


不得其眞 皆是强名

그 진을 얻지 못하고 모두 어거지로 이름만 붙인다.


神能入石 神能飛形

신은 능히 돌에 들어가고 신은 능히 형체도 날게 한다.


神依形生 精依氣盈

신은 형체에 의지해 생하고 정은 기에 의지해 꽉 찬다.


[해설]주역 계사전에 “形而上者를 謂之道요 形而下者를 謂之器라”와 같이 形이 있은 다음에 상적인 神과 하적인 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精도 기운에 의지하는 것이니 기가 다하면 精도 자연 말라 없어지게 된다.


不彫不殘 松柏靑靑

떨어지지도 않고 쇠잔하지도 않는 소나무 잣나무의 청청불변이다.



[해설]논어에 “歲寒然後에야 知松柏之後彫”라 하듯이 영원히 푸르름을 나타낸다.


三品一理 妙不可聽

세 가지 품질의 하나의 이치로 신묘해서 들으려 하나 들을 수 없다.


[해설]일원적 삼원론으로 태극에서 셋으로 분화되는(一析三極) 황홀묘명한 경지를 말한다. 주역의 “神也者는 妙萬物而爲言者也”와 천부경의 “一妙衍萬往萬來”의 妙함과 통한다.


其聚卽有 其散卽零

그것을 모으면 있게 되고 그것을 흩으면 無로 돌아간다.


七竅相通 竅竅光明

일곱 구멍이 서로 통하고 구멍구멍이 광명하다.


[해설]천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양체가 있고 음체가 있는데 耳目口鼻 七竅(귀 둘, 눈 둘, 입 하나, 코 둘)는 하늘 자리인 양체에 있어 정신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배설하는 二竅(前陰, 後陰)는 음체로 땅에 다 쏟아내는 것이다. 구멍은 통해야 하는데 구멍이 상통해야만 광명해진다.


聖日聖月 照耀金庭

성스러운 해와 성스러운 달이 금정(이마)에 비치고 비친다.


[해설]해는 乾之精이고, 달은 坤之精으로 해와 달 모두 건곤의 성스러운 정기이다. 괘로는 해는 離虛中괘(☲)이고, 달은 坎中連괘(☵)이다.


一得永得 自然身輕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 것이니 자연 몸이 가벼워진다.


[해설]몸은 가벼워야 건강한 것이다. 한 번 神 氣 精을 얻으면 영원히 얻어 신선이 되는 것이다.


太和充溢 骨散寒瓊

크게 조화를 이루고 차고 넘쳐서 뼈가 확 풀리고 시원한 구슬과 같이 된다.


[해설]주역 乾괘 彖傳에 “保合大和”처럼 크게 조화를 이루면 換骨奪胎를 하는 것이다.


得丹卽靈 不得卽傾

단을 얻으면 신령스러워지고 얻지 못하면 기울어진다.


丹在身中 非白非靑

단이 몸 속에 있으니 희지도 않고 푸르지도 않다.


[해설]금강경 제26분 法身非相分 四句偈에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라고 한 것과 같이 이 신묘한 이치는 色聲香味觸法의 六境으로 포착되는 것이 아니다. 非東靑非西白의 陰陽不測인 것이다.


誦之萬遍 妙理自明

이것을 만 번만 외면 묘리가 스스로 밝아진다.


[해설]아무리 어려운 경계도 다가갈 수 있는 수행방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심인경을 만번만 외우면 묘한 이치가 현현한다 했으니(一妙衍萬往萬來) “上士聞道 勤而行之”요 “神而明之 存乎其人”이라!


[전체 해설]


心이란 글자 그대로 天地人 三才(心의 점 셋 : 丶 丶 丶)속에서 싹텄다(乙)는 뜻이다. 주역 지뢰복(地雷復)괘 단전(彖傳)에 “復은 其見天地之心乎인져(복에 그 천지의 마음을 볼진저)”라고 했듯이 心은 천지의 거짓없는 마음을 가리킨다.


천지에는 마음이 있고 復其見天地之心의 기가 있으므로 천지 기운(氣運)이란 천지 마음 속에서 생겨 나온다. 천지의 마음이 바르고 떳떳하면 그 속에서 나오는 기도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생기(生氣)를 발휘하여 영원토록 만물을 생육하지만 『황제음부경』에서 볼 수 있듯이 만약에 사기(邪氣)로 운행하고 살기(殺氣)를 발휘하게 되면(天發殺氣) 위로 하늘에서는 성수(星宿)가 그 위치를 상실하게 되고(移星易宿) 아래로 땅에서는 용사(龍蛇)가 불시에 육지로 나오게 되어(龍蛇起陸)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소천지’라고 하는 사람 또한 천지 마음과 기를 받아서 나왔기 때문에 마음(心) 있고 기(氣)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천지의 속일 수 없는 공변된 마음(天理之公)과 기운을 타고 났으면서도 각각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기질의 사사로움(形氣之私)과 인욕의 사사로움(人欲之私)에 가려 공변된 마음을 속이며 살고 있다.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질의 기가 생기게 된다. 즉 마음을 잘 쓰면 좋은 질의 기가 나오고, 잘못 쓰게 되면 나쁜 질의 기가 나온다. 욕심 미움 포악함과 사랑 즐거움 평화로움 등 모두가 마음 속에서 나오는 기의 작용이므로 먼저 그 기의 원천이 되는 마음을 안정하고 수양하며 양질의 기를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천지 마음을 깨치고 기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함과 동시에 내 마음을 천지 마음과 같이하며 내 기운을 천지 기운에 부응할 때 천인합일(天人合一)이 되어 자연히 기도가 (氣道)가 하나로 합치되는 것이다(合氣道).


마음에서 생산되는 기는 곧 몸(體)에 충만하여 체를 움직이니 心은 本이요, 體는 末이 된다(物有本末). 그러므로 本인 心이 어지러우면 末인 體가 편할 수 없다(其本이 亂而末治者ㅣ 否矣라). 즉 나무뿌리가 병들면 가지가 무성할 수 없듯이 기로 차 있는 몸이 병드는 것은 氣의 기본인 心氣가 불편해서이다.


心氣는 사람의 실체적 존재이지만 이는 직접 느낄 수가 없고 다만 감정으로 느끼게 된다. 감정은 心에 뿌리를 둔 감정과 氣에 뿌리를 둔 감정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氣에 뿌리를 둔 감정은 이기심과 자만심 그리고 소유욕이나 명예욕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욕구가 충족될 때에는 기쁜 감정이 일어나지만, 그 원하는 것이 성사되지 않을 때에는 슬픈 감정이 유발된다.


기에 근원을 둔 감정은 그 욕구가 충족되어 설사 기쁜 감정이 표출된다 하더라도 진정한 기쁨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그 기쁨 자체가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기쁨이기 때문이이다.


예를 들어 30평짜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그보다 못한 18평짜리에 비해 기쁘겠지만 다른 이가 50평짜리를 샀다고 하면 그 전에 느꼈던 기쁨이 힘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또한 이러한 기쁨은 남과 더불어 같이 나눌 수 있는 게 아닌 일방적인 기쁨이며, 욕구를 충족하는 싸움에서 승리한 쪽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패배한 쪽은 증오심을 갖게 되는 편협한 기쁨이다.


마음(心)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감정에도 슬픔과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억울하고 원통해서 나오는 슬픔이 아니고 인정과 사랑 속에서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인 것이다. 예를 들면 철부지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서 우물에 빠졌을 때 그 아이와 무관한 사람일지라도 딱하고 측은한 마음이 생겨 아이를 구하려고 달려가는 마음, 다리 부러진 제비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흥부의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측은지심에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뀐다.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그것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 아무런 목적도 없고 대가성도 없는 가운데 도움을 주는 기쁨이야말로 가식도 비교도 없이 남과 더불어 같이 나누는 진정한 기쁨이요, 자비인 것이다.


우리가 학문을 한다는 것은 잘못나간 마음을 찾아 본연의 마음을 회복하는데 있다. 印(손톱 조 爪 + 병부절 卩)이란 글자는 도장을 한번 찍으면 다시 바꿀 수 없듯이 마음도 한번 찍어 놓으면 속일 수 없는 것이니, 천지의 마음을 타고난 사람도 수행을 거듭하여 천지의 마음과 여합부절(如合符節)해야 한다.


이는 곧 『주역』에서 말하는 精義入神이며, 『중용』에서 말하는 至誠如神이며, 『대학』에서 말하는 至善의 경지이다. 心印經은 바로 이러한 뜻을 내포하고,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 방편의 글이다.


『心印經』은 처음에 ‘上藥三品은 神與氣精이라’ 했다. 이 세상의 최고의 선약은 神 氣 精 세 가지라 하였다. 이 약은 형이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 작용하여 형이하적인 육체를 지배하여 건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삼품이라고 하는 神 氣 精은 元神 元氣 元精인데, 精은 하단전에 머무르고, 氣는 중단전에 머무르고, 神은 상단전에 머무른다. 그리하여 사람마다 정이 있고(人各有精), 정은 신과 합하며(精合其神), 신은 기와 합하고(神合其氣), 기는 체와 합하여 진기를 이룬다(氣合體眞). 그런데 사람들이 이 진기를 얻지 못하면서(不得其眞) 어거지로 기라고 이름만 붙이는(皆是强名)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는 본시 眞氣라야 하며 이 진기는 곧 천지자연의 기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천지자연의 기운을 타고 나왔기 때문에 진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잘못하여 그 기를 상실한다. 그러므로 삼위일체인 神 氣 精을 하나로 기름과 동시에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을 모르고서, 먹고 마시는 것만을 주로 하는 까닭에 지나치게 체력만 왕성해져 기본이 되는 천지기운이 쇠퇴하게 되고, 지엽적인 체는 한계에 도달하여 바람에 낙엽이 쉬 떨어지듯 병들고 죽어간다.


『心印經』은 대자연의 천지기운을 호흡하고 스스로의 기운을 길러 소자연의 자아완성을 이룸과 동시에 무병장수하며 그 남아도는 기운으로 타인의 질병까지도 고쳐주는 것이다. 또한 체내에 순환하는 기를 원활하게 하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천지기운과 인체의 기가 서로 통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터득하며, 궁극에는 천지기운과 자신의 기운이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氣功의 실천적 학문이다(履踐天光 呼吸育淸).


『心印經』을 공부하면 생체 자연적인 氣를 터득하고 조절함으로써 원활한 생리작용을 도모하고 동시에 생명활동의 본질을 알게 된다. 하늘에 기가 있고 땅에 기가 있기에 사람에게도 기가 있는 것이니 즉 천지기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내 기운이 곧 천지기운이요, 천지기운이 곧 내 기운이라는 생각으로 천지기운과 교차하면서 하나로 바르게 길러야 한다(天下之動은 貞夫一者也ㅣ라). 그래서 氣는 천도의 떳떳함(天道之常)이요, 인체의 떳떳함(人體之常)이라 할 수 있으니 中正으로 조절하면서 길러야 한다(當位以節 中正以通).


천기가 어긋나면 바람이 불고 비오듯이(天若改常 不風卽雨), 사람도 기의 조절이 잘못되면 병들거나 죽는다(人若改常 不病卽死). 그래서 우리는 기가 차다, 기가 막힌다, 기가 죽는다, 기절했다, 기가 넘친다. 기가 살아났다, 기세등등하다, 기승을 부린다 등 氣에 대한 말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다.


사람에겐 눈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는데, 보이는 것은 몸 피부 골격 등이며,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과 氣이다. 마음과 氣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엄연히 존재하면서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몸을 끌고 다니는 원동력은 마음과 氣이다.


천지는 기운이 쌓이고(天地絪縕), 산천은 기운이 통하고(山澤通氣), 남녀는 정기가 얽히어(男女媾精), 만물이 나오고 사람이 생기는 조화를 이룬다(萬物生焉). 그래서 『주역』에 산과 못이 기운을 통한 뒤에야 능히 변화하며 만물을 이룬다(山澤이 通氣然後에야 能變化하야 旣成萬物也하나니라)고 했다.


이를 미루어 생각하면 氣는 태극운동에 의해 최초로 발생하는 음양의 두 기운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음양의 氣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 보이는 體를 이루며 활동하도록 한다. 또한 음기운은 서늘하고 양기운은 따뜻하다.


그리고 이 음양은 水氣 火氣 木氣 金氣 土氣라고 하는 五行의 기로 분산된다. 水氣는 춥고(冬), 火氣는 덥고(夏), 木氣는 따뜻하고(春), 金氣는 서늘하고(秋), 土氣는 습하다(四季). 바로 이 음양오행의 기가 천지자연의 기이며, 이 음양오행의 기를 사람이 타고 나왔으므로, 사람의 몸에 기가 있으면 살아있는 몸이고, 기가 없으면 죽은 몸인 것이다.


체내에 충만한 것이 氣이고,체내에 군림하여 기를 조절하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만 있고 기가 약하면 무기력해 나태해지고, 氣만 왕성하고 마음이 약하면 기승을 부려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 기와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몸이 편안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뿌리가 되는 마음을 수양하여 견고히 하고, 가지가 되는 氣를 잘 길러 튼튼하게 하여(固蒂深根) 면면히 이어지도록(綿綿不節)해야 한다.


천지자연의 氣에 의해 태어난 사람은 그 기운의 힘으로 먹고 뛰고 말하고 울고 웃고 듣고 보면서 살아가다가 기운이 끊어지면 자연히 모두가 끝이 난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겉모습이 천태만상으로 다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氣에 의해 살고 죽고 한다. 그러므로 천둥번개를 치는 기운이나 손을 꼼짝거리고 눈을 깜빡이는 기운이 다 같은 기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천지기운이란 공허한 태극에서 태극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양의 기운이며, 이 음양이 곧 태극에서 나와 만물을 내기 때문에 태극이 음양의 모체가 되고, 동시에 만물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우주만물은 크거나 작거나 모두가 氣 아님이 없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氣는 크게 元氣 精氣 眞氣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元氣란 先天之氣를 말함이니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받은 기운이고, 精氣란 後天之氣로 음식물의 섭취와 호흡을 통해 산화하면서 나오는, 요즈음 말로 에너지이다. 그러므로 음식물의 섭취와 호흡을 통해 精氣를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연료의 불이 꺼지는 것처럼 생명의 불인 元氣가 사라진다.


『心印經』에서 가르쳐주는 氣는 바로 마음의 안정 속에서 자생하는 眞氣를 이름이니, 마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마음의 수양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을 氣質이라고 하는데 이 眞氣를 세 가지로 나누면 精 氣 神이 되고, 이 세 가지를 마음으로 조절하여 眞氣로 만들어내면, 높은 차원의 기로써 『心印經』에서 말하는 心氣合一이 된다.


심기합일을 이룰 때 비로소 사람의 몸도 건강해진다. 그런데 만약 기의 욕망이 자리잡아 모든 감정을 지배하게 되면 측은지심이 발생할 수 있는 天心, 곧 本心을 망각하고, 몸에 客氣가 충만하여 가슴이 우울해지며 항시 만족스럽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체에 火가 성하게 되어 점차 狂氣로 흐르게 된다.


이때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도록 하여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수승화강이란 신장(腎臟)에 있는 물(水)이 위로 오르고, 위 심장(心臟)에 있는 불(火)이 아래로 내려 수(精) 화(神)가 서로 사귐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 안에서 불은 임맥(任脈)을 통하여 하강하고, 물은 독백(督脈)을 통하여 상승하는 가운데 신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건강을 유지한다.


이와 같이 수화가 交通하게 되면 물의 근원인 하복부가 불을 받아들이게 되어 훈훈해지고 따라서 하체가 강해지며, 불의 근원인 상체가 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지고 입(口)안에는 달고 향기로운 침이 생긴다. 이것을 玉泉이라고 하는데, 이 옥천인 침을 삼키면 下丹田에 깊숙이 들어가 精이 더욱 충만해짐과 동시에 腎과 心의 원활한 교제가 이루어져, 中丹田의 氣 또한 원활하게 순환하고 유통하게 되어 몸이 무병 건강하게 된다.


원래 사람은 물(液)에서 태어나 살다가 물이 마르면 죽는다. 그러므로 젊어서는 물이 풍부하여 살이 윤택하고 정신이 맑다가 늙으면 물이 마르고 불이 동하므로 피부가 거칠고 정신이 흐트러진다. 즉 물은 고요하고 불은 흐트러지며, 물은 생명의 자양분이 되고 불은 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염증(炎症) 담증(痰症)이라고 하듯이, 병의 대부분의 십병구염(十病九炎) 또는 십병구담(十病九痰)으로 모두 열(火)을 동반한다. 肝炎 肺炎 濕痰 등에 모두 ‘불 화(火)’자가 든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땅 위의 모든 생물도 활동기의 봄이 되면 물을 뽑아 올려 태양의 빛을 받아 잎이 나오고 꽃이 핀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물이 아래로 새버려 낙엽이 지고 앙상해진다.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를 내려 대지 위에 말라붙은 생물들을 소생하게 해주듯이, 수승화강은 자연현상인 것이다. 우리가 자연현상을 받아들여 지키면 자연과 더불어 영원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망각하고, 버리고 떠나면 비자연적 현상을 초래하게 되어 단기간에 쇠락해버린다.


다시 말해 수승화강이 되지 못하여 神氣精이 제각각 놀게 되면 아랫배와 수족이 냉하고 精이 약해지며 위로는 열을 받아 입에 침이 마르고 입맛이 쓰며 머리가 멍하고 아프다. 또한 여러 가지로 기막힌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가슴과 머리가 동시에 압박감과 긴장감을 받으므로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음식도 잘 소화하지 못하고 목이 뻣뻣해지며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각종 성인병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神 氣 精의 중심이 되는 기를 잘 다스려 神과 精을 잘 통하게 하면 크게 조화를 이뤄 뼈가 확 풀리고 시원한 구슬을 움직이듯 몸이 가뿐해진다(太和充溢 骨散寒瓊).


이렇게 내 몸에 진기를 얻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은 이 세상에 살면서 남을 유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첫째는 양심이요, 둘째는 건강이요, 셋째는 능력이다.


양심이 없으면 남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남에게 폐를 끼치며, 능력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양심을 찾는 것이고, 정신을 아래 단전에 모으고 기를 수련하는 것은 수승화강을 이룸과 동시에 자신을 건강하게 하고 남을 유익하게(홍익인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양심과 正氣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어 사람이 세상을 사는 보람을 갖게 되며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 그리고 완성된 후천세계를 살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기본은 太極에 있으니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만물을 낳는다. 그러므로 태극은 만물의 근원이요 생명의 원천이다.


사람의 생명은 개인적 생명으로 시작되었지만 개인적 생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태극의 생명원리에까지 연결된다. 이것은 바로 모든 생명체가 태극의 생명원리에 의해 창조되고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태극의 생명원리는 태극운동에 의한 음양조화의 원리이며 그 기준은 생명활동의 질서이고 목적은 건강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건강치 못하면 조화의 원리를 파괴하고 활동의 질서를 문란케 하기 때문에 건강하기 위해서는 생명원리에 의거한 생활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


사람에게 조화의 원리와 생활의 질서가 적용되면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조화를 이루게 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며 가정에 적용되면 부모 형제 처자의 조화를 이루어 가정이 화목하고, 사회에 적용되면 남녀 노소 장유의 조화를 이루어 사회가 평화로워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극의 원리를 통하여 참된 질서의식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곧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남을 유익하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며, 그 뿌리는 태극에 있다. 『心印經』또한 이 태극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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