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송년학수 松年鶴壽 / 이도영 (한국화)

2013. 1. 9. 10:18詩書藝畵鑑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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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 한국화]

 

송년학수 - 이도영

기품 어린 학과 소나무 그려 장수 기원

 

 

 

 

이도영, 송년학수, 1912년, 비단에 수묵 담채, 121 cm × 46.8 cm, 간송미술관 소장

 

 

松年鶴壽 壬子小春, 貫齋 李道榮

 

소나무 나이와 두루미 수명

 

관재(貫齋) 이도영은 조선왕조 최고의 명문갑족이었던 연안 이씨 가문의 후손이었지만, 국망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화업으로 발신한 인물이다. 일찍이 안중식의 문하에 들어가 전문화가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화도 수련을 시작한지 불과 2-3년이 지난 1904년 21세의 나이로 왕가 주문의 화조도를 그렸을 만큼 화재(畵才)를 타고난 화가였다.

 

<송년학수>는 장수를 기원하는 상투적인 소재인 소나무와 학을 안존한 공필로 그려내었는데, 세심한 필치와 정형화된 구성에서 심전과 소림을 거쳐 형식화된 조선말기 오원화풍의 여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의 나이 29세이던 1912년 봄에 그린 초년작으로, 이도영 그림의 소종래(所從來)가 어디인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대각선으로 뻗은 소나무 아래 잘생긴 두루미가 한 마리 서 있습니다.

목과 다리와 부리가 길어서 늘씬하고 시원한 모습입니다.

흰 깃털은 깨끗하고, 목과 날개깃은 검은색으로, 먹 그림에 잘 어울립니다.

전체적으로 희고 검은빛을 띄지만, 머리 꼭대기의 피부가 드러난 곳은 붉어서 신비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두루미과의 새들을 일러서 ‘학(鶴)’이라고 합니다. 학은 대개 습지나 초원에서 살며,
작은 물고기나 곡식의 낱알 등을 먹고 삽니다.
 
우리 나라에는 주로 겨울에 찾아오는 철새인데, 조상들은 그 생김새답게 기품 있고 의젓한 모습을
좋아하였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는 자세나, 다른 동물과 달리 허겁지겁 먹이를 탐하지 않는
태도를 보고, 마치 선비와 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선비들은 학의 모습을 본뜬 ‘학창의’라는 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이 옷은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깃이나 소맷부리 등을 검은색으로 둘렀습니다.
선비들은 이 옷을 주로 집에서 입고, 학처럼 품위 있게 살고자 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의 관복에도 학 문양이 나타납니다.
가슴과 등에 붙이던 헝겊 조각인 흉배에도 학을 수놓았습니다. 이것은 주로 문신들이 착용했고,
대신 무신들의 경우는 호랑이가 그려진 흉배를 착용하였습니다.
무신들은 용감한 호랑이를 닮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학은 야생 동물이어서 집에서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옛 그림에 보면 학이 마당에 노니는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조상들은 야생의 학을 잡아 집에서 길렀습니다.
날아가지 못하게 깃 촉을 잘라서 길들였습니다.
 
한편 학은 아주 오래 사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학은 세 살이 되면 머리 꼭대기가 붉어지고, 일곱 살이 되면 잘 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열네 살이 되면 때를 맞추어 절도 있게 울 줄 알게 되고, 예순 살이 되면 새 깃털이 난다고 합니다.
 
 
천 년이 되면 그 빛깔이 푸르게 되는데, 이를 청학이라고 합니다.
청학은 신선이 타는 새로, 이슬만 먹고도 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 청학동은 바로 이 청학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그래서 학 그림은 주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도 그렇습니다.
‘송년’은 소나무의 나이이고, ‘학수’는 학의 수명입니다.
소나무나 학이나 아주 오래 사는 것을 대표하는 만큼, 그림을 받는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제 옛 이야기나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학의 다리가 왜 길까요?
 
배 고픈 여우가 까치를 협박해 일곱 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다 빼앗아 잡아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배가 불러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까치는 슬퍼서 훌쩍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이때 학이 커다란 날개를 접으며 까치 곁에 날아와 앉았습니다.
학은 까치의 불쌍한 사연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쯧쯧, 다음부터 그런 바보 짓은 하지 마. 여우는 나무를 탈 줄 모르거든.”
 
여우는 마침 잠에서 깨어 이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학을 잡아먹고야 말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여우는 학을 잡아먹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웅덩이 근처에서 올챙이를 잡고 있던 학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이고 이거, 학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너를 찾아가던 길이었어!”
여우는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학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마침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 우리 집에서 잔치를 하는데, 꼭 너를 초대하고 싶었어.”
여우의 사탕발림에 순진한 학이 넘어갔습니다.
여우는 학을 데리고 캄캄한 여우 굴 속으로 갔습니다.
깊고 캄캄한 굴 속에서 여우는 갑자기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이빨을 으르렁대며 달려들었습니다.
학은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침 그때 굴 밖에서 모기가 앵앵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학은 이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우야, 저게 무슨 소린 줄 아니?”
여우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저건 늑대 소리야. 너를 잡아먹으려고 오는 거야. 그러니 어서 내 날개 밑에 숨어!”
여우는 학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학은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날개를 저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뒤늦게 속은 것을 안 여우는 학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한참 실랑이를 하던 학은 마침내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이때부터 학의 다리는 대나무처럼 길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영대 (광주교육대학교 교수·화가)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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