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자성어

愛育黎首

水西散仁 2020. 3. 9. 16:37

'백성들을 사랑으로 길러주고'愛育黎首(애육여수)'     

 

천자문》에는 이 구절에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았다. “여수(黎首)는 검수(黔首)란 말과 같으니 백성을 뜻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으로 임금이 마땅히 어루만져 사랑하고 길러야 한다.[黎首 猶言黔首 民也 民惟邦本 人君所當撫愛而養育之也]
나라는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고 임금 역시 백성 때문에 존재한다. 그래서 맹자 역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역설하였다.
愛(사랑 애)는 지금은 마치 爫(손톱 조)와 冖(덮을 멱)과 心(마음 심)과 夂(뒤쳐져 올 치)가 합쳐진 글자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旡(목멜 기)와 心(마음 심)과 夂(뒤쳐져 올 치)가 합쳐진 글자다.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워 상대방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旡]과 그 사람을 향한 마음[心]을 담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언제나 상대를 향해 나아가는[夂] 상황을 본뜬 글자다. 마음에 담아 언제나 잊지 못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育(기를 육)자는 子(아들 자)가 뒤집어진 형태와 몸을 뜻하는 ⺼(肉의 변형자)이 합쳐진 글자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출생할 때는 언제나 머리부터 나오는데, 이를 묘사하였다.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것은 당연하다. 거의 비슷한 모양과 뜻을 가진 글자로 胤(맏아들 윤)이 있는데, 산도(産道)를 통해 태어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黎(검을 려)는 黍(기장 서)와 발음을 결정한 利(날카로울 리)가 합쳐진 글자다. 기장(黍)은 무리지어 빽빽하게 자란다. 그래서 이 글자는 ‘많다’·‘무리’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또한 기장밭에는 빛도 잘 들어오지 않을 만큼 ‘어둡다’는 뜻에서 ‘검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首(머리 수)는 위로 뻗친 두개의 머리털과 얼굴을 대표하는 눈동자[目]의 모양을 본떴다. 부수가운데 사람의 머리모양을 본뜬 글자로는 首(머리 수)·頁(머리 혈)·面(얼굴 면)의 세 글자 밖에 없다.
여민(黎民)은 벼슬하지 않은 일반 백성으로, 머리에 관을 쓴 벼슬아치들과는 달리 언제나 검은 민머리를 내놓아 ‘검은 머리 백성’이란 말이 일반백성을 이르는 대명사로 쓰였다. 여기에 나오는 民(백성 민)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화된 사회에서 보자면 매우 이해하기 힘든 글자다. 한쪽 눈[目]을 창[戈]으로 찔러 멀게 한 뒤 부렸던 ‘노예’란 의미가 파생되어, 백성이란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배의 대상이었던 존재가 바로 민(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