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妻鶴子
매처학자(梅妻鶴子)
매화를 처로,
학을 아들로 삼다,
유유자적한 풍류생활
梅 : 매화 매
妻 : 아내 처
鶴 : 학 학
子 : 아들 자
고아한 자태의 매화가 매체마다 한껏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화는 예로부터 유난히 선비들의 아낌을 받아 四君子(사군자)에서도 맨 처음 치는 꽃이다. 만물이 추위에 떨 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니 불의에 굽히지 않는 선비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조선 世祖(세조) 때의 문신 姜希顔(강희안)이 지은 ‘養花小錄(양화소록)’에서 1품을 받았고 시인묵객들이 다투어 시를 짓고 그림을 남겼다. 毛澤東(모택동)이 좋아하여 모란을 제치고 국화로 제정될 뻔했다고 하는 중국에서도 매화라면 첫 손에 꼽을 선비가 있다. 宋(송)나라 때의 林逋(임포, 逋는 도망갈 포)라는 사람이다. 그는 평생 장가도 들지 않고 매화를 심어 처로 삼았고(梅妻) 자녀도 없이 학을 기르며 자식 삼아(鶴子) 西湖(서호)라는 곳에 초가집을 짓고 유유자적 삶을 소요하다 간 시인이다. 그의 시 또한 그윽한 풍조를 나타냈지만 시인으로 평가되는 것조차도 꺼려 지은 시를 대부분 버렸다고 했다. 처로 삼은 만큼 매화의 자태를 읊은 시로는 임포의 작품을 항상 앞세운다. 특히 ‘山園小梅(산원소매)’라는 시의 구절 중에서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霜禽欲下先偸眼 粉蝶如知合斷魂(소영횡사수청천 암향부동월황혼 상금욕하선투안 분접여지합단혼/ 성근 그림자 비껴있는 물은 맑기만 하고, 그윽한 향기 떠도는 속에 저녁 달 비치네. 흰 새들도 내려오려다 먼저 눈길을 보내니, 나비도 만약 알았다면 응당 넋이 날아가리라)’은 명구로 칭송된다. 疏影(소영)과 暗香(암향)은 매화의 이칭으로도 쓰인다. 偸는훔칠 투, 蝶은 나비 접. 처로 삼지는 않았지만 우리 선조들의 매화시도 빼어난 것이 많다. 먼저 ‘縞裙兮練袂 羽衣兮霓裳 雪肌兮綽約 玉貌兮輕盈(호군혜련몌 우의혜예상 설기혜작약 옥모혜경영/ 흰 비단 치마에 소매도 곱고, 날개옷에 무지갯빛이 돋는구나. 눈 같은 살결 미끄럽고 부드러워, 옥과 같은 얼굴에 몸매도 풍만하다)’와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동천년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 오동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항상 굽음을 감추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등의 구절이 자주 인용된다. 縞는 흰깁 호, 裙은 치마 군, 兮는 어조사 혜, 袂는 소매 몌, 霓는 암무지개 예, 肌는 살 기, 綽은 너그러울 작.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매처학자(梅妻鶴子)
매화 아내에 학 아들,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가리키는 말이다.
梅 : 매화 매
妻 : 아내 처
鶴 : 학 학
子 : 아들 자
매처(梅妻)는 매화 아내의 뜻이고, 학자(鶴子)는 학 아들이라는 뜻으로,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아들 삼아 살아간다는 말이니 세상 일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게 생활하는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송(宋)나라의 완열(阮閱)이 편집(編輯)한 시화(詩話)집(集)《시화총귀(詩話總龜):원명은 시총(詩總)》에 나오는 말이다.
송(宋)나라 때 임포(林浦)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평생(平生)을 홀아비로 살면서 세속(世俗)의 영리(榮利)를 버리고 고적(孤寂)한 가운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사는 시인(詩人)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詩)는 유정(幽靜)하면서도 청고(淸高)하였는데, 시(詩)로써 이름이 나는 것을 싫어하여 많은 시(詩)를 버리고, 후세(後世)에 전하여질 것이 두려워 시(詩)를 읊되 기록(記錄)하지 않기도 하였다.
그가 은둔(隱遁) 생활을 한 곳은 서호(西湖) 근처의 고산(孤山)이란 곳이었다. 자주 호수(湖水)에 나가 조각배를 띄우고, 간혹 절(寺刹)을 찾아 유한(有閑)한 정취(情趣)를 즐겼는데, 임포(林浦)는 처자(妻子)가 없는 대신 자신이 머물고 있는 초당(草堂) 주위에 수많은 매화나무를 심어 놓고 학(鶴)을 기르며 살았다.
그는 학(鶴)이 나는 것을 보고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포(林浦)를 두고‘매화 아내에 학 아들을 가지고 있다(梅妻鶴子)’고 하였다. 그 후 사람들은 풍류(風流)를 즐기며 초야(草野)에서 정한(靜閑)하게 사는 사람을 가리켜 매처학자(梅妻鶴子)라 부르게 되었다.
이때부터 매처학자(梅妻鶴子)는 세상(世上)의 명리(名利)에 영합(迎合)하지 않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아가는 선비를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예(古)나 지금(只今)이나 인간의 영욕(榮辱)에 때문에 각종 혼란(混亂)이 초래(招來)되고 있다. 한 번쯤 영욕의 틀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 시화총귀(詩話總龜)
1123년의 작품(作品)이며, 전집(前集) 48권, 후집(後集) 50권(券)으로 되어 있다. 원명(原名)은《시총(詩總)》이다. 각 시화(詩話)는 사항(事項)에 따라 분류(分類)되어 있으며, 전집(前集)은 45문(門), 후집(後集)은 61문으로 나뉘어 각각 100종의 책(冊)을 수록(收錄)하고 있다. 단, 소동파(蘇東坡), 황정견(黃庭堅) 등에 대한 압박(壓迫)이 심한 때였으므로 원우제가(元祐諸家)의 시화(詩話)는 하나도 없다.
▶️ 鶴(학 학/흴 학)은 형성문자로 鹤(학)의 본자(本字), 嶌(학), 鶮(학)은 동자(同字), 鸖(학)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희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隺(학)으로 이루어졌다. 흰 새의 뜻이다. 그래서 鶴(학)은 두루미의 뜻으로 ①학(鶴) ②두루미(두루밋과의 새) ③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학과 거북으로 둘 다 목숨이 길어서 오래 삶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는 학구(鶴龜), 높은 사람의 하얗게 센 머리털을 비유하는 말을 학발(鶴髮), 학의 날개를 학익(鶴翼), 학의 울음소리를 학려(鶴唳), 전해 주는 말이나 소식의 높임말을 학성(鶴聲),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망(鶴望),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기(鶴企), 학의 목으로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을 비유하는 말을 학수(鶴首), 두루미의 나이 곧 오래 산 늙은이의 연령을 이르는 말을 학령(鶴齡), 다리와 목이 가늘고 길며 우는 소리가 큰 새의 하나로 두루미를 백학(白鶴), 춤추는 학을 무학(舞鶴), 푸른 빛깔의 학을 청학(靑鶴), 검은 빛깔의 학을 현학(玄鶴), 전설에서 누른 빛깔의 학을 황학(黃鶴), 우는 학을 명학(鳴鶴), 구름과 학을 새긴 무늬를 운학(雲鶴), 떼를 지은 많은 학들을 군학(群鶴), 봉황새와 두루미를 봉학(鳳鶴),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닭이 많은 곳에 학이 서 있다는 뜻으로 눈에 띄게 월등함을 이르는 말을 학립계군(鶴立鷄群), 벼슬을 하여 뜻을 펴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있는 탄식을 학명지탄(鶴鳴之歎), 하얗게 센 머리에 찬찬한 어린이 얼굴이라는 뜻으로 신선의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학발동안(鶴髮童顔), 구름 속을 나는 두루미라는 뜻으로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운중백학(雲中白鶴), 한가로운 구름 아래 노니는 들의 학이란 뜻으로 벼슬과 어지러운 세상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사람을 나타냄을 한운야학(閑雲野鶴) 등에 쓰인다.
▶ 子(아들 자)는 상형문자로 어린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아들을 뜻한다. 지금의 子(자)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글자가 합쳐져 하나가 된 듯하다. 지지(地支)의 첫째인 子와 지지(地支)의 여섯째인 巳(사)와 자손의 뜻이나 사람의 신분이나 호칭 따위에 쓰인 子가 합침이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첫째 글자로 쓴다. 그래서 子(자)는 (1)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어 (2)신문(新聞), 잡지(雜誌) 따위 간행물(刊行物)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記者)가 자칭(自稱)할 때 쓰는 말 (3)십이지(十二支)의 첫째 쥐를 상징함 (4)자방(子方) (5)자시(子時) (6)글체에서, 그대의 뜻으로 쓰이는 구투(舊套) (7)글체에서, 아들의 뜻으로 쓰이는 말 (8)민법상에 있어서는 적출자(嫡出子), 서자(庶子), 사생자, 양자(養子)의 통틀어 일컬음 (9)공자(孔子)의 높임말 (10)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높임말, 또는 그 사람들이 자기의 학설을 말한 책 (11)자작(子爵) 등의 뜻으로 ①아들 ②자식(子息) ③첫째 지지(地支) ④남자(男子) ⑤사람 ⑥당신(當身) ⑦경칭(敬稱) ⑧스승 ⑨열매 ⑩이자(利子) ⑪작위(爵位)의 이름 ⑫접미사(接尾辭) ⑬어조사(語助辭) ⑭번식하다 ⑮양자로 삼다 ⑯어리다 ⑰사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자 녀/여(女),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이다. 용례로는 아들과 딸의 높임말을 자녀(子女), 며느리 또는 아들의 아내를 자부(子婦), 아들과 사위를 자서(子壻), 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을 자손(子孫), 아들과 딸의 총칭을 자식(子息), 남의 아들의 높임말을 자제(子弟), 십이시의 첫째 시를 자시(子時), 밤 12시를 자정(子正), 새끼 고양이를 자묘(子猫),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이어받거나 본떠서 만든 법률을 자법(子法), 모선에 딸린 배를 자선(子船),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자막집중(子莫執中),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자모지심(子母之心),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자성제인(子誠齊人),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자위부은(子爲父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