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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20

水西散仁 2018. 4. 30. 15:12



 

  (제9면) 萬象皆

 

 

  (제10면) 春氣孤槎自客星

 

 

[글씨의 원문과 내용]

 

萬象皆春氣(만상개춘기)   만물의 모습이 모두 봄기운인데

孤槎自客星(고사자객성)   외로운 뗏목은 객성 때문이네.

 

* 客星(객성) : 중국 고대에 신성(新星)과 혜성(彗星)을 가리키던 말

 

 

[출전] : 두보(杜甫), 숙백사역(宿白沙驛 ; 백사역에서 묵다)

 

[원시의 전문과 내용]

 

初過湖南五裏(초과호남오리)   호남 오리를 처음 지나다.

 

水宿仍餘照(수숙잉여조)   강물이 낙조에 잠들고

人煙複此亭(인연복차정)   인가의 연기가 이 정자에 겹치는데,

驛邊沙舊白(역변사구백)   역 주변 모래는 예전처럼 희고

湖外草新青(호외초신청)   호수 밖 풀은 새로 푸르네.

 

萬象皆春氣(만상개춘기)   만물의 모습이 모두 봄기운인데

孤槎自客星(고사자객성)   외로운 뗏목은 객성 때문이고,

隨波無限月(수파무한월)   물결을 따르는 달이 끝이 없으니

的的近南溟(적적근남명)   분명 남쪽 바다가 가깝겠네.

 

* 人煙(인연) : 인가(人家)에서 나는 연기(煙氣)

* 的的(적적) : 확실히. 분명히. 정말. 참으로. 실로.

* 南溟(남명) : 남쪽에 있다고 하는 큰 바다.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 소요유편에 “그 새가 가면 장차 남명(南溟)으로 갈 것인데, 남명은 천지(天池)이다.”라 하여

                   남명은 넓은 천지를 말한다.

 

[참고자료 : 객성(客星)]

 

古代汉族神话传说中,天河与海相通,每年八月有浮槎来往。

고대 한족의 신화와 전설 중에서 은하수와 바다가 서로 통하여 매년 8월에 뗏목이 떠 있어

오고 갔다.

 

有人乘槎至天界,并与牵牛晤谈。

사람이 뗏목에 타서 천상에 닿으면 견우와 함께 어우러져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다.

 

返回后,至蜀 , 严君平告之曰:某年月日有客星犯牵牛宿,计之,正是此人到天河之时。

되돌아 간 후 촉에 이르면 엄한 임금이 고르게 알리면서 하는 말이 모년 모월 모일에

객성이 견우성을 범할 것이니 헤아리면 바로 이것이 이 사람이 은하수에 도착하는 때인

것이다.

 

见 晋 张华《博物志》卷十。

진대 장화의 ‘박물지’ 제10권에 보인다.

 

后遂用以为典,亦以指客人。

그후 마침내 서적에 등재되었고 또한 유랑객을 가리킨다.

 

唐 罗邺 《行次》诗:“终日长程复短程,一山行尽一山春。路傍君子莫相笑,天上由来有客星。”

당대 나구의 시 ‘행차’ : “온 종일 긴 여정이 다시 짧은데, 한 산을 다 넘어가니 한 산이

봄이네. 길옆의 군자가 조용히 서로 웃으니, 천상에 객성이 있기 때문이네.“

 

宋 周必大 《点绛唇·赠歌者小琼》词:“秋夜乘槎,客星容到天孙渚,眼波微注,将谓牵牛渡。”

송대 주필대의 문장 ‘점강진·증가자소경’ : “가을 밤 뗏목을 타니 객성의 모습이 천손의

물가에 이르는데, 눈물이 작게 쏟아지며 대부분 견우성을 건너감을 말한다.“

 

明 张煌言 《冰槎集引》:“昔之乘槎者,或为客星而犯斗牛,或入女宿而得支機。

故至今羡为胜事。”

명대 장황언의 ‘빙사집인’ : “옛적에 뗏목을 탄다는 것은 객성이 하고 북두성과

견우성을 범하였거나 혹은 여수(제사를 주관하는 별)에 들었거나 지게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좋은 일이 넘친다.“

 

明 徐熥 《访梅禹金秦淮客舍》诗:“舟过长干问客星,风流不用叹飘零。一秋桃叶居淮水 ,

十月梅花梦敬亭 。”

명대 서통의 시 ‘방매우금진회객사’ : “배가 장간을 지나 객성에게 물으니, 풍류가 필요없어

탄식하며 유랑하네. 가을 한철 복숭아 잎은 회수에 사는데, 시월에 매화를 경정에서 꿈꾸네.“

 

 

[느낀점]

 

이 시는 당나라 때 문인 두보가 전국을 유랑할 때 지은 오언절구의 시(詩)로써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며 읊은 노래인데, 능호관 선생은 이 시의 핵심적인 부분을 전서로 쓰면서

두보의 시를 감상하고 시에 나타난 운율과 작가의 서정(抒情)을 감상하였을 것입니다.

 

글씨를 쓴 화면의 구성을 보면 한 면에 아홉자씩 쓸수 있는 크기로 가지런히 써 내려

갔는데, 세로로 두자와 세자를 번갈아 맞추어 쓴 것으로 보아 오절절구의 시에서 구가

바뀌는 부분을 구분했거나 또는 전체 글자 수를 화면에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살펴본 원령첩(元靈帖)[하-2]에서도 두보의 시가 적혀 있고 글의 말미에 “운서에 빠지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이 글도 능호관이 여러 『운서(韻書)』를 읽으며 시작(詩作)의

완성도가 높은 두보의 시를 통해 스스로의 작시(作詩)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는 한 방편으로

활용하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