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雨輞川莊作 - 王維
왕유(王維) - 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장마 지는 망천장에서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마 속 빈숲에 밥 짓는 연기 느리게 피어오르고
蒸藜炊黍餉東菑(증려취서향동치) 명아주 찌고 기장밥 지어 동쪽 밭으로 보낸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로) 넓디넓은 논밭에선 백로가 날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그늘 짙은 여름 숲엔 꾀꼬리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중에 마음 가다듬어 아침 무궁화를 관조하고
松下清齋折露葵(송하청재절로규) 소나무 아래 재계하며 이슬 젖은 아욱을 뜯는다.
野老與人爭席罷(야로여인쟁석파) 시골 노인네 남들과 자리다툼 그만두었거늘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경상의) 갈매기는 어이 아직도 의심하는고.
<謙齋 鄭敾 - 황려호(黃驪湖)>
夏景嘉可悅(하경가가열) 여름날 아름다운 경치 즐길 만한데
况聞黃鳥鳴(황문황조명) 꾀꼬리 울음소리까지 들리는구나.
緩步靑林下(완보청림하) 푸른 숲 아래로 느릿하게 걷자니
超然畎畝情(초연견묘정) 시골에 묻혀 사는 마음 초연해지네.
茅茨更幽靜(모자경유정) 초가집은 그윽하고도 고요하고
門外繫孤舟(문외계고조) 문밖엔 외딴 배 매어져 있네.
嗟哉駟馬客(차재사마객) 아! 마차 탄 손님은
風塵久淹留(풍진구엄류) 풍진세상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네.
吾曹各相離(오조각상리) 우리들 각기 서로 헤어져 있으니
渺渺黃驪湖(묘묘황려호) 한없이 아득한 황려호일세.
音容日云曠(음용일운광) 그대 목소리와 얼굴 오래도록 보지 못하고
世途何崎嶇(세도하기구) 세상사 어찌 이리 험난한가.
淇竹爲君咏(기죽위군영) 기수(淇水)가의 대나무는 그대를 위해 읊은 것
君子難可諼(군자난가훤) 군자는 잊혀지기 어려우니
毋忘切磋義(무망절차의) 절차탁마 그 뜻을 잊지 않아서
早入聖賢門(조입서현문) 성현의 문으로 속히 들게나
朝日上疎柳(조일상소류) 아침 해 성근 버들 위로 오르고
淸池濯塵纓(청지척진영) 맑은 못에서 세속의 갓끈 깨끗이 씻어내니
悠悠百年內(유유백년내) 유유히 백년 인생 내다보며
願君勤令名(고군근령명) 그대 고운 이름 닦기에 힘쓰기를.
▶황려(黃驪)는 경기도 여주의 옛 이름이다. 여주 앞쪽으로 남한강이 흐르는데 예전에는 강물이 호수처럼 보이면 호수라고 불렀다. 이처럼 지명에서 유래한 제목이지만 그림은 겸재의 특기인 진경산수는 아니다. 그보다는 당시 막 전래되고 있던 남종화의 기법적인 정수를 고스란히 갖춰 그린 그림이다. 또 시의도의 본격 유행에 앞서 18세기 전반에 그려진 그림인 셈으로는 시의도가 갖춰야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특징이다.
“원경하(1698~1761)의 시를 김원행(1702~1772)이 써서 오원(1700~1740)에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