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퇴계 선생이 금계 황준량에게 보낸 편지(간찰 원본) -신녕 환벽정(環碧亭) 관련
이 간찰은 퇴계 선생이 금계 황준량에게 보낸 편지다.
해제
인동 장달수
[원문]
承寄書來, 動履淸裕, 深慰思渴. 僕之樗散, 寸無適用之材, 宿昔分願, 亦豈出於閑素? 一番謬計, 輕以病軀, 嬰此世網, 方謀脫去, 遽至重繞. 況此賢關講座, 豈可久冒以受衆賢指點耶! 少俟秋冬以往, 釋去赬肩之擔之後, 次第作焚魚事耳. 未間伊鬱, 如何堪遣? 癃字換工, 非誤也. 竹閣淸致, 著一癃字, 便覺似殺風景, 故敢改押他字. 前書欲說破此意, 忘卻不及, 恨恨. 然此自謂說己癃病之意, 則恐如此耳, 非謂兩公詩爲然也. 年凶民散, 時事邊釁, 皆非腐儒所能, 如何? 但積憂歎. 惟有仁手而官親民, 猶可少行其志, 以幸無告之人耳. 前寄帖正緣汨汨, 未假下筆. 秋涼多愛. 客中所得拙句, 草呈, 一笑.
壬子仲秋念二 滉
退溪先生續集卷之四에 실려 있는 <答黃仲擧>라는 제목의 편지이다. “前寄帖正緣汨汨 未假下筆”과 “客中所得拙句 草呈 一笑 壬子仲秋念二 滉”이라는 내용이 문집에는 빠져 있다.
退溪先生續集卷之四 / 書
答黃仲擧
承寄書來。動履淸裕。深慰思渴。僕之樗散。寸無適用之材。宿昔分願。亦豈出於閒素。一番謬計。輕以病軀。嬰此世網。方謀脫去。遽至重繞。況此賢關講座。豈可久冒以受衆賢指點耶。少俟秋冬以往。釋去赬肩之擔之後。次第作焚魚事耳。未間伊鬱。如何堪遣。癃字換工。非誤也。竹閣淸致。著一癃字。便覺似殺風景。故敢改押他字。前

[번역] 보내온 편지를 받고서 기체가 맑고 여유로우심을 알고 그리움으로 목마르던 마음에 매우 위로가 됩니다. 쓸모없는 저는 조금도 마땅히 쓸 만한 재목이 못 됩니다. 지난날의 분수와 바람이 또 어찌 한가롭고 소박한 데서 벗어나겠습니까? 한 번 생각을 잘못하여 병든 몸으로 세상의 그물에 걸렸다가 이제 벗어나려고 도모하는데 갑자기 거듭 휘둘림에 이르렀습니다. 하물며 이 성균관의 강의하는 자리는 어찌 오래 머물면서 여러 어진 이들의 지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좀 기다려 가을이나 겨울 이후에 어깨를 벌겋게 하는 무거운 짐을 벗은 뒤에 차례로 은어대를 불태우는 일을 할 것입니다.
뵙지 못한 사이에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견디며 지냅니까? 융(癃)자를 공(工)으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죽각의 맑은 운치에 하나의 융(癃)자를 붙인 것이 문득 흥취가 없다고 느껴져서 감히 다른 글자로 고쳐 압운했습니다. 앞서 드린 편지에서 이런 의사를 다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잊어버리고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늙어서 수척해진 병을 스스로 말하는 뜻이라면 아마 이와 같을 따름이지만 두 분의 시가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흉년이 들어 백성이 흩어진 것과 요즘 국경의 다툼은 모두 나처럼 못난 선비가 능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합니까? 다만 근심과 탄식만 쌓입니다. 뛰어난 솜씨로 관리가 백성을 가까이 하면 오히려 가히 얼마쯤 그 뜻을 행할 수 있으니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에게 다행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전에 부친 첩은 실로 바빠서 붓을 들 겨를이 없습니다. 가을이 선선하니 많이 즐기세요.
객지에서 얻은 보잘것없는 시를 급히 써서 보내니 한번 웃으시지요.
1552년 8월 22일 황
[발신인] 이황(李滉, 1501~1570)
[수신인] 황준량(黃俊良, 1517~1563): 본관은 평해(平海).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 사온서주부 영손(永孫)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효동(孝童)이고, 아버지는 치(觶)이며, 어머니는 교수 황한필(黃漢弼)의 딸이다. 이황(李滉)의 문인이다.
[단어]
저산(樗散):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말하는 이가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숙석(宿昔): 그리 멀지 아니한 옛날.
정견(赬肩): 어깨에 무거운 물건을 매서 붉게 되는 것.
미간(未間): 서로 보지 못한 동안
죽각(竹閣): 금계 황준량(黃俊良)이 신녕현감으로 복직된 후, 황폐해진 비벽정(斐碧亭)을 헐고 그 자리에 세운 정자이다.
살풍경(殺風景): 매몰차고 흥취가 없음.
지점(指點):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임.
분어(焚魚): 은어대(銀魚袋)는 은으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패식(佩飾)인데, 당나라 때 5품 이상의 관리가 궁궐에 출입하는 신표(信標)로 사용하였다. 이를 불태운다는 것은 벼슬을 버림을 의미한다.
변흔(邊釁): 국경에서 발생한 인접국 사이의 다툼, 혹은 그런 기미.
운장ㆍ응순과 죽각에서 취하여 시를 읊다가 취중에 서로 차운하다〔與雲長應順醉吟竹閣 次韻醉中〕 -금계 황준량
호방한 선비들이 냇가 정자로 왔나니 / 豪士來溪亭
냇가 정자엔 물과 대나무 해맑아 / 溪亭明水竹
마치 백옥경에 나온 듯하네 / 幻出白玉京
풍류가 구루령과 같아 / 風流句漏令
속세에 대한 마음은 추호처럼 가볍네 / 世念秋毫輕
관청 일 한가할 때 좋은 날 즐기며 / 官閒樂勝日
대나무 대하여 유하주 기울이니 / 對竹流霞傾
맑은 담론은 옥가루 뿌리는 듯하고 / 淸談灑玉屑
고아한 시는 금석 소리를 울리네 / 雅韻飛金聲
선계 호리병 속은 길이 굽지 않고 / 壺中路非枉
취향에는 문이 협소하지 않네 / 醉鄕門不局
백년 인생에 오늘 같은 저녁 있으니 / 百年有今夕
너나 하며 서로 형해를 잊으리 / 爾汝相忘形
청산에 이미 낙조가 비치고 / 靑山已落照
늙은 매미는 더욱 맑게 울어대는데 / 老蟬鳴更淸
호방한 노래 소리 구름 밖으로 울리고 / 浩歌雲外響
마른 피리 소리는 바람 앞에서 비끼네 / 枯笛風前橫
아득히 드넓은 가을 하늘 펼쳐지고 / 眇眇秋天濶
가뭇가뭇 고운 달이 밝아왔네 / 迢迢華月明
달이 져서 붉은 등불 밝히니 / 月落續虹燈
파신이 불야성에 놀라네 / 波臣驚火城
밤 깊어 이슬이 옷을 적시는데 / 夜深露霑衣
손님들 흩어지자 첫닭이 우네 / 客散鷄初鳴
이 마음 알아줄 이 고금에 몇 명일까 / 賞識幾今古
저 시내와 산은 응당 정이 있으리 / 溪山應有情
이번 유람이 묵은 자취 되지 않아 / 玆遊未陳迹
좋은 선비들 응당 이름을 남기리 / 好士應留名
- [주-D001] 운장(雲長) :
- 이원승(李元承, 1518~1572)으로, 본관은 영천(永川), 자는 운장, 호는 청암(靑巖)이다. 농암 이현보의 손자이고 황준량의 처남으로서, 이황의 문인이다.
- [주-D002] 죽각(竹閣) :
- 영천 신녕(新寧)에 있던 정자이다. 지금은 환벽정(環碧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본래 그 자리에는 1516년(중종11) 이고(李考)가 세운 비벽정(斐碧亭)이 있었는데, 비벽정이 황폐해지자 1552년(명종7) 신녕 현감이 된 황준량이 그 자리에 죽각(竹閣)을 세웠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죽각이 소실되자 1611년(광해군3) 현감 송이창(宋爾昌)이 정자를 중건하고는 환벽정으로 고쳐 불렀다.
- [주-D003] 화산(花山) :
- 영천 신녕에 있는 산 이름이다. 《대동여지도》에는 화산(華山), 《산경표》에는 화산(花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현대 지형도에는 화산(華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녕면의 고려 때 이름이 화산(花山)이었고, 지금도 중앙선 북영천역과 신녕역 사이에 화산역이 있다. 신녕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지명으로도 볼 수 있다.
- [주-D004] 백옥경(白玉京) :
- 옥황상제가 산다고 하는 하늘 위의 서울이다.
- [주-D005] 구루 령(句漏令) :
- 중국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신선술과 양생술에 심취하여 구루(句漏)라는 작은 고을에 좋은 단사(丹砂)가 난다는 말을 듣고 구루령으로 가기를 자원하였다고 한다.
- [주-D006] 유하주(流霞酒) :
- 신선이 마신다는 좋은 술이다.
- [주-D007] 취향(醉鄕) :
- 술에 취했을 때 온갖 걱정을 잊는 별천지의 경계이다. 당(唐)나라 왕적(王績)의 〈취향기(醉鄕記)〉에 보인다.
- [주-D008] 너나 …… 잊으리 :
- 노소를 무시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두보(杜甫)가 친구 정건(鄭虔)에게 준 〈취시가(醉時歌)〉에 “형체는 잊고서 너니 나니 하는 사이, 통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나의 스승일세.〔忘形到爾汝痛飮眞吾師〕”라는 표현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3》
- [주-D009] 파신(波臣) :
- 《장자》 〈외물(外物)〉에 나오는 상상의 물고기 이름이다.
신령의 신죽각 시에 차운하다〔次新寧新竹閣韻〕 -황금계
십년 만에 하나의 꿈속으로 돌아왔네 / 十載歸來一夢中
자옥 대숲은 응당 오랜 것 같은데 / 朿玉篁林應似舊
윤파 초가는 벌써 헛일이 되었네 / 淪波草閣已成空
신군의 솜씨 시험하니 시계 넓혔고 / 神君試手恢詩界
빈 난간 시내에 비껴있어 산골바람 끌어오네 / 虛檻橫溪引澗風
마주하여 웃는 균헌 속되지 않음을 알겠는데 / 對笑筠軒知不俗
멀리서 거친 시구 던지니 공교롭지 않아 부끄럽네 / 遠投荒句愧非工
- [주-D001] 화산(華山) 관장동(綰章銅) :
- 화산은 신녕(新寧)의 고호로, 이 안무사(李安撫使)의 관향(貫鄕)을 말한 것인데, 그의 이름을 알 수 없어 자세하지 않다. 현의 북쪽 3리에 있는 진산(鎭山)이다.
- [주-D002] 마주하여 …… 알겠는데 :
- 소식(蘇軾)이 대나무를 사랑하여 〈녹균헌(綠筠軒)〉 시를 지었는데 “밥에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으나, 사는 곳에 대가 없어서는 안 되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파리하게 할 뿐이나, 대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한다오. 사람의 파리함은 살찌울 수 있지만, 선비의 속됨을 고칠 수가 없다네.〔可使食無肉 不可居無竹 無肉令人瘦 無竹令人俗 人瘦尙可肥 士俗不可醫〕”라고 한 데서 따온 말이다. 여기서도 신죽각이므로 인용하였다. 《蘇東坡詩集 卷9》
동춘당 송준길이 지은 아버지 송이창의 년보
신녕현(新寧縣) 환벽정(環碧亭) 중수기(重修記) 신해년(1671, 현종12)
동춘당 송준길
新寧縣環碧亭重修記 辛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