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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명 조식/유두류록 8

水西散仁 2015. 6. 8. 09:12

十九日. 促食. 將入靑鶴洞. 寅叔. 剛而. 俱以疾退.

19일. 재촉하여 아침을 먹고는 청학동으로 들어가려 하였는데, 인숙과 강이는 병이 들었다고하고 머물렀다.

 

固知十分絶境. 非有十分眞訣. 神明不受.

진실로 속세와 끊어진 세계는 인연이 없으면 신명이 받아들이지 않음을 알겠다.

 

寅叔. 剛而. 曾昔一入來者. 乃是夢也. 非眞到也.

인숙과 강이가 예전에 한 번 들어왔었던 것은 바로 꿈속에서였지, 실제로 왔던 것은 아닐 것이다.

 

若比泓之. 則雖有間矣. 亦是無後分事也.

홍지와 견주어보면 차이가 있지만, 이들도 일을 정리하는 인연이 없는 듯하다.

 

老夫憶曾三度入來. 俗緣猶未盡除.

생각해보니 나는 세 번이나 이곳에 들어왔었지만 속세의 인연을 아직 다 버리지 못했다.

 

方知八十衰翁無職秩. 憶曾三度鳳池來者. 則猶不讓矣. 若比三入岳陽人不識者. 則未也.

팔십 된 노인이 벼슬도 없이 세 번씩이나 봉황지(鳳凰池)에 들어갔던 것과는 오히려 내가 양보하고 싶지 않지만, 세 차례나 악양에 들어갔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과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是朝. 金君涇辭以疾. 挾妓貴千徑去.

이날 아침 김경이 병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을 사양하고 기생 귀천(貴千)을 데리고 급하게 떠났다.

 

金君時年七十七. 登陟如飛. 初欲上天王峯. 爲人倜儻. 有若曾到梨園裡來者.

김군은 이때 나이가 일흔 일곱이었지만 나는 듯하여 처음에는 천왕봉까지 오르려 하였으니 사람됨이 마치 이원(利園)에서 노닐다 온 사람처럼 대범했다.

湖南四君. 白李兩生同行.

호남에서 온 네 사람과 백유량, 이씨 두 유생이 동행하였다.

 

北上㹳巖. 緣木登棧而進. 右釋打腰鼓. 千守吹長笛. 二妓隨焉. 作前隊.

북쪽으로 오암을 오르는데, 나무를 잡고 잔도를 오르면서 나아가는데 원우석은 허리에 찬 북을 치고, 천수는 긴 피리를 불고, 두 기생이 따르면서 선두를 이루었다.

 

諸君或先或後. 魚貫而進. 作中隊.

제군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여, 물고기를 꼬챙이에 꿴듯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중간 대열을 이루었다.

姜國年. 膳夫. 僕夫運饋者數十人. 作後隊.

강국년과 음식을 맡은 사람과 음식을 운반하는 종 등 수십 인이 후미 대열을 이루었다.

 

僧愼旭向道而去.

승려 신욱이 길일 인도하며 나아갔다.

間有一巨石. 刻有李彦憬. 洪淵字. 㹳岩亦有刻柿隱兄弟字. 意者. 鑱諸不朽. 傳之億萬年乎.

사이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이언경’, ‘홍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오암도 ‘시은 형제’라는 글자를 새겼으니, 아마도 썩지 않는 돌에 이름을 새겨 억만년토록 전하려 한 것이리라.

 

大丈夫名字. 當如靑天白日. 太史書諸冊. 廣土銘諸口.

대장부의 이름은 마치 푸른 하늘의 밝은 해와 같아서, 사관이 책에 기록해두고 넓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어야 한다.

 

區區入石於林莽之間. 㹳狸之居. 求欲不朽.

하지만 사람들은 구차하게 원숭이와 너구리가 사는 숲 속 덤불의 돌에 이름을 새겨 영원히 썩지 않기를 구한다.

 

邈不如飛鳥之影. 後世果烏知何如鳥耶.

이는 나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해, 후세 사람들이 날아간 새가 과연 무슨 새인 줄 어떻게 알겠는가?

 

杜預之傳. 非以沈碑之故. 唯有一段事業也.

두예(杜預)의 이름이 전하는 것은 비석을 물 속에 가라앉혀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업적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十步一休. 十步九顧. 始到所謂佛日菴者. 乃是靑鶴洞也.

열 걸음에 한 번 쉬고 열 걸음에 아홉 번 돌아보면서 그제서야 불일암에 도착하였는데, 바로 청학동이다.

 

 

岩巒若懸空. 而下不可俯視.

암자는 허공에 떠있는 듯하여 아래로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

 

東有崒嵂撑突. 略不相讓者曰香爐峯. 西有蒼崖削出. 壁立萬仞者曰毗盧峯. 靑鶴兩三. 棲其岩隙. 有時飛出盤回. 上天而下.

동쪽으로 높고 가파르게 솟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것은 향로봉(香爐峯)이고, 서쪽으로 푸른 벼랑을 깎아내어 만 길 절벽으로 우뚝 솟은 것은 비로봉(毘盧峯)으로 청학 두세 마리가 그 바위틈에 깃들여 살면서 때때로 날아올라 빙빙 돌기도 하고 하늘로 솟구쳤다가 내려오기도 한다.

 

下有鶴淵. 黝暗無底. 

아래에는 학연(鶴淵)이 있는데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였다.

 

左右上下.絶壁環匝. 層層又層. 倏回倏合.

좌우 상하에는 절벽이 빙 둘러 있고, 층층으로 이루어진 폭포는 소용돌이치며 빠르게 쏟아져 내리다가 합쳐지기도 하였다.

 

翳薈蒙欝. 魚鳥亦不得往來. 不啻弱水千里也.

그 위에는 수초가 우거지고 초목이 무성하여 물고기나 새도 왕래할 수 없었으며, 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 왕래할 수 없는 약수도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

風雷交闘. 地闔天開. 不晝不夜. 便不分水石.

바람과 우레 같은 폭포 소리가 서로 얽혀, 천지가 개벽하는 듯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상태가 되어 물과 바위를 구별할 수 없었다.

 

不知其中隱有仙儔巨靈. 長蛟短龜. 屈藏其宅. 萬古呵護. 而使人不得近也.

그 안에 신선, 거령, 큰 교룡, 작은 거북 등이 살면서 영원히 이곳을 지키며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或有好事者. 斷木爲橋. 僅入初面. 刮摸苔石. 則有三仙洞三字. 亦不知何年代也.

어느 호사가가 나무를 잘라 다리를 만들어, 겨우 그 초입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끼낀 돌에는 ‘삼선동’세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어느 시대에 새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愚翁與舍弟及元生諸子. 緣木而下. 徘徊俯瞰而上.

우옹과 내 동생 및 원생 등 몇 사람이 나무를 부여잡고 내려가 배회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서 올라왔다.

 

年少傑脚者. 皆登香爐峯.

나이가 어리고 다리가 튼튼한 사람들은 모두 향로봉에 올랐다.

 

還聚佛日方丈. 喫水飯.

돌아와 방장산 불일암에 모여 물을 마시고 밥을 먹었다.

 

出坐寺門外松樹下. 亂酌無筭. 幷奏歌吹. 雷皷萬面. 響裂岩巒.

절문 밖에 있는 소나무 아래로 나와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음껏 술을 마시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피리를 부니, 그 소리가 암자 주위에 울려 퍼지고 산봉우리에도 가득하였다.

東面瀑下. 飛出百仞. 注爲鶴潭.

동쪽으로 있는 폭포는 나는 듯 백 길 낭떠러지로 쏟아져 학담(鶴潭)을 이루고 있었다.

 

顧謂愚翁曰.

내가 우옹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如水臨萬仞之壑. 要下卽下. 更無疑顧之在前. 此其是也.

“물이란 만 길의 골짜기를 만나면 아래로만 곧장 내려가려고 하여, 다시는 의심하거나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내려가니, 이곳이 바로 그곳이네.”라고 하였더니,

 

翁曰.

우옹이 말하기를,

諾.

 “그렇네.”하였다.

神氣颯爽. 不可久留.

정신과 기운이 상쾌하였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旋登後崗. 歷探地藏菴. 牧丹盛開.

잠시 후 뒤쪽 능선으로 올라가 두루 지장암(地藏菴)을 탐방하니 모란이 활짝 피어있었다.

 

一朶如一斗猩紅.

한 송이가 한 말 정도가 되는 붉은 꽃이었다.

 

從此直下. 一趨數里. 方得一憇.

이곳에서 곧바로 내려가 한 번에 몇리를 가서야 겨우 한 차례 쉴 수 있을 정도로 가파랐다.

 

纔熟羊胛. 便到雙磎.

양의 어깻죽지를 삶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쌍계사로 돌아왔다.

 

初登上面. 一步更難一步. 及趨下面. 徒自擧足. 而身自流下.

처음 위쪽으로 오를 적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에는 단지 발만 들어도 몸이 저절로 내려갔다.

 

豈非從善如登. 從惡如崩者乎.

그러니 어찌 선(善)을 좇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악(惡)을 따르는 것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쉽지 않겠는가.

寅叔. 剛而. 登八詠樓以迎.

인숙과 강이가 팔영루(八詠樓)에 올라 우리를 맞이하였다.

 

夕與寅叔. 愚翁. 更宿後殿之東方丈. 
저녁에 인숙, 우옹과 함께 다시 절 뒤채의 동쪽 방장의 방에서 잤다.

오늘은 청학동에서 놀았던 것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 소창대명(小窓大明)
글쓴이 : 바람난 공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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