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藝畵鑑賞
금강전도(金剛全圖)
水西散仁
2014. 4. 1. 09:30
정선
금강전도(金剛全圖)
화가 | 정선(鄭敾, 謙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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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전도(金剛全圖), 1734년, 지본수묵담채, 130.7×94.1cm,국보 217호,호암미술관 소장
금강전도는 관념 산수의 틀을 벗어버리고, 우리 나라의 산천을 소재로 하여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표현 기법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한국 산수화의 신기원을 이룬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림 윗부분에는 비로봉이 우뚝 서 있고 거기서 화면의 중심인 만폭동을 지나 아랫부분 끝에는 장안사의 비홍교가 보인다. 그림의 상부에는 좌측에 金剛全圖 謙齋 라는 관서와 백문방인(白文方印)이 있고 우측에 반원형을 이룬 칠언시가 적혀 있다. 더불어 甲寅冬題 라고 제작 시기를 밝혀 놓았다.
萬二千峰皆骨山 만이천봉의 개골산
何人用意寫眞顔 누가 그 진면목을 그릴 수 있을까.
衆香浮動扶桑外 산에서 나는 뭇 향기는 동해 밖에 떠오르고
積氣雄蟠世界間 그 쌓인 기운은 온누리에 서리었네.
幾朶芙蓉揚素彩 몇 떨기 연꽃은 해맑은 자태를 드러내고
半林松栢隱玄關 송백 숲은 선사(禪寺) 문을 가리었네,
縱令脚踏須今遍 비록 걸어서 이제 꼭 찾아 간다고 해도
爭似枕邊看不慳 그려서 벽에 걸어 놓고 실컷 보느니만 못하겠네.
왼쪽으로는 송림이 우거진 푸른 산을 설정하고 오른쪽으로는 골격만 드러낸 금강산 岩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土山과 암봉의 이런 강력한 대비효과는 종으로 된 화면구성으로 인하여 보다 집약된 박진감을 보여준다. 겸재는 여기에 감동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른쪽 상단부터 시작하여 봉우리 밑부분이 좌측으로 휘어돌기 시작하여 화단 아래쪽 중앙의 암봉에 이르면 더욱 대담하게 弧形으로 변형시켜 표현했는데 이런 표현법이야말로 실경을 그리되 실경에 얽매이지 않고 실경의 감동을 살아움직이는 회화미로 승화시키는 요체라 하겠다.
겸재의 필치를 보면 소산하고 거친 듯한 힘찬 필력으로 생동감을 주는 한편으로는 구석 구석에 매우 치밀한 회화적 배려와 세련된 필치를 구사하여 전체적으로 양자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게 한다. 즉, 암봉이나 톳나의 골격을 표현한 기법은 농담과 강약을 적절히 구사한 조방한 미점과 갈라진 붓길의 서슴없는 활달한 필치지만 암봉 사이 사이와 상봉의 위에는 담청의 설채로 신선한 맛을 높이고 있다. 송림을 표현한 짙은 미점은 근경에서는 촘촘하던 것이 원경으로 이를수록 점점 작아지고 또 드물어지면서 비로봉 가까이 가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려 금강산 상봉의 준수하고 신성한 기품을 살려내고 있다. 이리하여 금강전도는 사의와 사실이 모두 살아난 걸작이 되고 있다. 이처럼 웅장하고 걸기있는 골격과 세련된 세부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유있고 흥미로운 회화적 장식성을 곳곳에 가미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출처: [겸재 정선] 진경산수 '금강산'| 작성자: 허접거사